美언론 정상회담 ‘추가조치’ 관심집중

▲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기본적 원칙’에 합의했다

미국 언론들은 11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일제히 보도하면서 한∙미 정상이 ‘동맹 봉합’ ‘북핵 대응 원칙적 합의’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6자회담에서 북핵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추가조치'(옵션)에 대해서는 미세한 차이도 감지됐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을 미스터(Mr.)라 부르는 등 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면서 “회담에서 양 정상은 동맹을 강화하는 데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좋은 충고, good advice) 공개적 언급은 중요한 불일치가 남아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서 ‘북한 핵시설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자 했으나 부시는 “테이블 위에는 ‘모든 수단’이 놓여져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했다.

“노대통령, 미국에 더 많은 유연성 요구하지 않아”

LA 타임스는 “노 대통령이 (기본원칙에) 완벽히 합의했다고 말했지만 북핵 해결 과정에서 커지고 있는 견해차를 극복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두 나라 지도자는 부시 행정부 내 일부에서 주장하지만 한국 정부가 반대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관한 어떤 언급도 피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두 정상은 북한을 회담장으로 복귀시킨다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했고, 부시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매우 굳건하다고 말했다”며 “미국이 북한에 더 큰 유연성을 보여줄 것을 촉구해온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제 갈 길을 가는 것처럼 보였던 양국을 다시 한 자리로 불러 모았다는 데 의의를 부여했다. 그러나 회담장 안팎의 분위기가 좋았음에도 추가조치에 대한 합의 여부가 공개되지 않은 점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이 강조한 ‘완전한 합의’가 사실은 불완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정상회담 후 “상황악화에 대한 추가조치를 논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세한 부분은 밝히지 않는 것이 외교적 관례”라고만 답변했다. 즉답을 회피했지만 논의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그는 회담 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자신에게 ‘엑셀렌트(excellent) 미팅’이라고 한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양국 회담참석자들 “대체로 만족한다”

스콧 매클렐렌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한미동맹에 관해 매우 좋은(very good) 대화를 했다”면서 “두 정상은 북핵문제에도 일치된 입장을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측 회담 참석자들이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이 대체로 밋밋했다는 평가가 많다. 좀더 분명하고 명시적인 합의가 나오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정황이 나타나고, 남북 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개최됐다. 즉 북한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양국 회담 참석자들은 대체로 ‘만족스럽다’고 표현했다. 이러한 지적은 큰 테두리에서 양국의 거래가 어느 정도 성사됐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은 평화적 해결 및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성과를 얻고, 미국은 내부적으로 상황 악화를 대비한 추가 조치에 대해 한국과 원만한 합의를 이루었다는 데 만족감을 보인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북한에 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이번 양국 정상의 메시지를 마지막 기회로 받아들여야 하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