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北 핵불능화 중단으로 대북교섭 차질 우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연기를 이유로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작업을 중단하기로 한데 대해 북한을 비난하는 한편으로 일본인 납치문제 재조사 등 북한과의 합의 이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성명이 전해진 26일 저녁 출입 기자단에게 “핵 포기를 위한 검증을 확실히 해주길 바란다. 미국 등과도 협의해 나가겠다”며 6자회담 참가국들과 연대해 북한에 중단 조치의 번복을 촉구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후쿠다 총리는 그러면서 대북 최대 현안인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재조사에 영향이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재조사의 개시를 향해) 착실히 추진해가고 싶다”며 북한의 핵 포기 문제와 함께 자국인 납치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다마 가즈오(兒玉和夫) 외무성 대변인은 북한의 조치에 대해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6자회담 관계국들과 긴밀히 연대해 북한이 불능화 작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북한의 발표 이전에 관계국으로부터 사전 연락을 받아 파악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고다마 대변인은 북한과 합의한 납치문제 재조사위원회 설치 문제에 대한 영향에는 “협의에서 조사의 구체적인 대응에 합의했다. 진전될 수 있도록 북한과 절충을 포함해 전력을 다해나갈 것”이라며 북한에 진전을 촉구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일본은 6자 회담이 재차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최근 북일 실무자 협의 등을 통해 진전 기미를 보이던 납치문제 해결도 다시 멀어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과 북한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중국 선양(瀋陽)에서 가진 공식 실무자 협의에서 북한이 납치피해자 재조사에 착수하면 일본이 제재조치의 일부를 해제하기로 합의, 늦어도 금년 중에는 가부간의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핵 불능화 중단 조치로 인해 북한의 재조사위원회 설치가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에서는 북한이 납치문제에 대한 종전의 ‘해결 완료’라는 입장을 바꿔 재조사에 응하기로 한 배경으로 대일 관계 개선이 북미관계의 진전으로 연결돼 염원하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관계로 미국에 대한 적개심이 담긴 북한의 이번 성명을 놓고 볼 때 북미 관계가 다시 대결 구도로 돌아갈 경우 일본과 관계도 더욱 꼬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해 “전술에 능한 북한이 여러가지 볼을 던져 응수를 타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냉정한 분석도 있다. 일본 정부내 일각에서는 북한이 고립을 피하기 위해 성명과는 관계없이 일본과의 합의를 지키는 차원에서 재조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는 기대도 걸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