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스마트폰 분석] 북한의 신기한 데이터 요금제… “심야엔 무료”

국영 강성네트, 고객 유치 차원서 관련 서비스 내놓은 듯

북한 최신 스마트폰 평양2425. /사진=데일리NK

본지가 최근 입수한 북한의 최신 스마트폰 ‘평양 2425’를 분석한 결과 북한의 데이터 요금제는 총 5종류였다. 여기에 요금제에 따라 데이터 전송속도가 다르고 일부는 심야에 무료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평양 2425에 기본으로 설치된 신문잡지 애플리케이션(앱) ‘공세’의 도움말에 이 같은 내용을 포착한 것. 해당 앱은 이동통신망의 자료통신봉사(데이터 통신)에 가입해야 한다며 요금제 종류와 가입 방법이 상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도움말에 따르면 데이터 통신 요금제는 1부류에서 5부류까지 총 5종류였다. 한국처럼 요금과 데이터 통신의 특성이 반영된 이름이 아닌 단순히 숫자로 분류해 놓은 것으로 강성네트에는 1, 2부류, 고려링크는 2, 3, 4, 5부류가 있었다. 강성네트에 3, 4, 5부류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기서 고려링크는 이집트 오라스콤이, 강성네트는 북한 당국이 자체 운영하고 있다.

요금제는 부류에 따라 상이한 무료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고려링크 5부류의 경우 5GB의 무료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분기 요금을 납부한 사람이 축적되는 요금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무료 데이터는 월이 아닌 분기에 한 번 제공되는 것으로 보인다.

강성네트 1, 2부류의 경우 23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는 무료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고, 이 외 시간에는 요금이 부과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려링크의 2부류의 경우 무료 통화데이터 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강성네트만의 고객 확보 전략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용자가 적은 심야에 무료로 데이터 제공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을 크게 지지 않으면서도 ‘가입자 이탈 방지’와 ‘고객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 북한의 IT 기업의 경쟁은 통신사업자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포착된다. 우선 스마트폰을 제조사 간 디자인, 성능 경쟁을 예로 들 수 있다. 북한의 스마트폰 제조사는 크게 세 곳으로 평양시리즈를 제작하는 ‘체콤기술합영기술회사’, 아리랑 시리즈를 제작하는 ‘아리랑정보기술교류사’, 진달래시리즈를 개발한 ‘만경대정보기술사’가 있다. 각 스마트폰 제조사는 자신만의 디자인과 성능을 내세워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런 경쟁 구도는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는 앱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평양 2425에는 스마트폰에는 앱스토어 역할을 하는 ‘자료봉사2.0’과 ‘나의길동무4.1’이 설치돼있으며 서로 다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다운로드를 위한 결제 방식도 ‘자료봉사2.0’은 북한 체크카드인 ‘전성카드’를 이용하고 ‘나의길동무4.1’은 ‘삼흥카드’를 이용하는 등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나의길동무4.1’은 삼흥정보기술교류사에서 제작한 앱으로 삼흥카드 역시 같은 회사에서 만든 제품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 데이터 요금
북한 강성네크(左), 고려링크(右) 데이터 요금 체계. /사진=데일리NK

또한, 단순히 신문만 이용하는 것이 아닌 잡지, 동영상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2부류 이상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이는 데이터 전송속도 때문으로 보인다. 평양 2425에 설치된 ‘날씨 2.0’ 앱의 안내문에는 2부류의 통신속도는 128Kbps, 3부류는 1Mbps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1부류의 데이터 통신속도는 128Kbps 이하 4, 5부류의 통신속도는 1Mbps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1부류 데이터 요금제의 데이터 전송속도로는 미디어 파일을 이용하기 어려워 2부류 이상의 요금제를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28Kbps는 2G망으로 평가된다. 초당 약 15KB를 처리할 수 있어 1MB(1024KB) 페이지를 불러오는 데 약 68초가 걸린다. 데이터 전송속도로 봤을 때 2부류 요금제로 미디어 파일을 열람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송속도 1Mbps는 3G망으로 평가되고 초당 약 122KB를 다운로드 할 수 있어 1MB를 처리하는 데  10초 정도가 걸린다. 2부류에 비해 상당히 빠른 처리 속도로 사진, 영상 등 미디어 파일을 열람하는데 1, 2부류 요금제보다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데이터 요금제 가입과 탈퇴는 특정 번호에 문자를 보내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세 앱 안내문에는 1부류(강성네트)는 555번으로 ‘*RD50 A#’이라고 메시지를 보내 가입하며 ‘*RD50 D#’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탈퇴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2부류(강성네트)는 ‘*RD100 A#’로 가입, ‘*RD100 D#’로 탈퇴할 수 있다.

가입과 탈퇴에 사용되는 숫자 50과 100은 전송속도인 56Kbps와 128Kbps로 추정되며 A는 가입, D는 탈퇴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날씨 2.0′ 앱에는 강성네트 가입방식을 ‘*#RD 사용자 암호 A#’, 탈퇴 ‘*#RD 사용자 암호 D#’로 안내하고 있어 숫자의 의미에 대해서는 분석이 더 필요하다.

고려링크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는 방식도 강성네트와 유사하다. 2부류의 경우 ‘*#i2A#’를 전화번호 555로 보내 가입하며 ‘*#i2D#’를 보내면 탈퇴할 수 있다. 5부류의 경우 가입은 ‘*#i5A#’, 탈퇴는 ‘‘*#i5D#’이다. 여기서 숫자는 데이터 통신 부류, A와 D는 가입과 탈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데이터통신 가입
북한 날씨 앱 ‘날씨2.0’ 안내문에 나타난 북한 데이터 통신 속도(左), ‘공세’앱 이용을 위한 열람허가번호 안내(右). /사진=데일리NK

한편, 북한 스마트폰 이용자가 공세 앱을 통해 노동신문 이외의 자료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당국으로부터 열람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이 자체 생산한 뉴스조차 주민들의 접근을 상당히 제약하는 것으로 열악한 북한의 정보접근권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앱 설명문은 “로동신문(노동신문) 이외 중앙과 부문별신문자료들도 열람하려면 등록한 리용자(이용자)에 한하여 사용기간에 따르는 열람허가번호를 받아야 한다”며 “열람허가번호는 국가 콤퓨터(컴퓨터)망에서 운영하는 ‘공세’ 홈페이지에서 ‘전성’ 카드에 의한 전자결제로 발급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공세 홈페이지 가입과 전성 카드를 위한 전자 결제에는 정보통신국에서 발급하는 전자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전자증명서는 한국의 공인인증서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