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AEA 봉인제거 요구로 불안 가중”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해체하기 위한 6자회담의 실패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북한이 22일 국제핵사찰단원들에게 영변 핵시설의 감시카메라와 봉인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해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23일 보도했다.

포스트는 부시 행정부는 전날 북한의 이 같은 요구로 현재 벌이는 외교적인 노력이 2007년 북핵협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과 북한의 행동에 대한 불안감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포스트는 미국의 북한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이 핵불능화와 관련, 아직 되돌릴 수 없는 조치는 어떤 것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의 단계적 행동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북핵 6자회담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군축문제 전문가인 조지프 시린시온은 “북한의 모든 행동은 협상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핵무기 프로그램으로 돌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는데 맞춰져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린시온은 “협상이 분명히 좌초하고 있다”면서 “나를 걱정스럽게 만드는 것은 이것을 멈출 수 있는 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감시카메라와 봉인 제거를 요청한 것을 전하면서 이것이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와 북핵 협상에 좌절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뉴욕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의 행동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6자회담이 과거에도 어려운 순간을 맞이했었지만 다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또 핵 생산의 재개가 몇 주 또는 몇 개월이 걸릴 수 있는 점을 시사하면서 핵시설의 재가동이 당장 이뤄질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북한의 행동은 심각하게 고려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 재개 위협을 하는 이유로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수선한 부시 행정부가 대응에 나설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심각한 제재를 받지 않은 채 핵 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북한 측이 믿거나 아니면 김 위원장의 건강이 강경파의 입지를 넓혀줬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 핵사찰단으로 활동했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북한의 행동은 6자회담 합의를 단계적으로 강등시키는 위험한 것이라면서 북한은 이를 협상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매우 도발적인 행위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