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0월부터 5등급 식량배급 실시

▲ 교육을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

북한이 10월 1일부터 실시하려는 식량 배급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북한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나이와 직업에 따라 주민들을 5등급으로 나눠 배급을 실시하고 ▲향후 장마당에서 식량판매를 금지한다는 지시사항이 각 인민반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고 한다.

5등급 500g ~ 1등급 100g 배급

무산광산에서 탄부로 일하는 석용승(가명, 42세)는 “10월부터는 출근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는 배급을 준다”면서 “배급대상자를 5등급으로 나눠, 최고 등급인 5등급은 1일 500g, 최하 등급인 1등급은 100g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석씨 가정의 경우 석씨 자신은 5등급으로 500g,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4등급으로 400g, 연로보장을 받고 있는 어머니와 소학교에 다니는 딸은 3등급으로 300g을 받게 된다. 협동농장 근로자인 석씨 아내는 종전대로 연간 출근횟수와 수확량에 따라 가을에 합산하여 분배를 받는다.

식량난 이전 북한은 주민들 9개 급수로 나눠 유해직종 노동자 등 1급수는 900g, 3급수인 일반 노동자는 700g, 5급수인 중학생은 500g, 9급수인 1세 이하 유아에게는 100g을 배급해 왔다.

‘고난의 행군’ 이후 최대 풍년 맞아

함경북도 새별군 주민으로 협동농장 근로자인 리분옥(여, 가명, 36세)씨는 “10월부터는 장마당에서 쌀과 강냉이 등 일체의 식량을 팔지 못한다고 인민반과 여맹에서 단단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지시사항이 전달되자 그 동안 식량을 사재기해 두었던 장사꾼들이 한꺼번에 장마당에 쌀을 내놓는 바람에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고 한다.

배급제 재개 배경에 대해 리씨는 “사람들을 공장과 기업소로 복귀시키려는 조치이자 무분별한 장사를 통제하려는 조치라고 인민반에서는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 만풍년을 이룬 것도 배급제 재개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올해 어느 정도의 풍년을 이루었느냐는 질문에 리씨는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최고수준”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내가 1년에 350공수(1공수는 1일 노동량을 의미)를 하면 가을에 쌀과 옥수수를 합쳐 150kg을 받게 되어있는데 작년에 100kg 밖에 못 받았다”면서 “올해는 150kg에 근접하게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디서 쌀이 쏟아져 배급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석씨는 “월 2000원 정도의 급여를 받게 되어 있지만 3~4개월에 한 번 정도나 받아보았으며 배급도 본인의 보름 정도 분량만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풍년이 들었다고는 하지만 갑작스레 어디서 쌀이 쏟아져 배급을 재개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드러내면서 “국가에서 장마당 쌀을 사들여 지금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판다는 소문이 퍼져 민심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리씨 역시 “앞으로 출근하지 않아 배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국가에서 훨씬 비싼 가격에 쌀을 사먹어야 한다”고 인민반 교육시 들었던 내용을 이야기했다.

따라서 지금껏 논란이 되었던 북한 식량배급체계 개편은 ▲국가에서 출근자에 한해 소량의 배급을 재개하고 ▲쌀과 강냉이 등 주요 식량을 독점 판매함으로써 과거의 통제체계를 복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책의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주민들이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투먼(圖們) = 김영진 특파원 k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