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실험장 폐기는 적들의 눈에 연막탄 치는 사업”

북한이 외신까지 초청해 실시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행사를 외부의 눈을 속이기 위해 철저히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5월 5일 중앙당 조직지도부에 핵실험과 중장거리 대륙간 탄도 로케트 발사시험을 중지하고 북부 핵 실험장 폐기와 관련한 방침이 내려왔다”며 “주요 내용은 외국 기자단이 오기 전까지 장비와 자료를 철수하고 적(敵)들의 눈에 연막탄을 치는 이번 사업을 철저히 수행하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당(黨)의 의도에 맞게 핵 실험장 지하갱도 내부를 우리식의 공병기술로 천년 요새로 보호하기 위한 사업을 이번 작전을 통하여 엄격하고도 철저히 고도의 책임성을 가지고 진행하라는 지시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침에 ‘적들의 눈에 연막탄’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점을 미뤄보아 북한 당국이 애초에 이번 행사를 국제사회를 속이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핵실험장 폭파에 대한 내부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도 읽혀진다.

소식통은 “방침에는 빠른 시일 내에 핵 실험장 인원 철수 및 설비 폐기 사업을 주도 세밀하게 조직 진행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외국기자단이 핵 실험장 참관하기 10일 전까지는 핵실험장과 관련한 모든 장비와 기술 자료들을 모조리 안전하게 철수시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기자단의 핵 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와 핵무기연소 성명을 발표하는 사업까지 마무리를 잘 하도록 조직 진행 하라”는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앞서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 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 시험장을 폐기할 것”을 결의했지만 비핵화 이행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한편, 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하고 돌아온 공동취재단도 28일 외교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가진 간담회에서 “외부 전문가 없이 참여했고 기자의 육안으로만 봤기 때문에 (핵 실험장 완전 폐기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신 기자들 역시 전문가 없이 육안으로만 관측해 풍계리 핵 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다녀온 벤 트레이시 미국 CBS 기자는 기사를 통해 “핵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우리 앞에 있는 터널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터널 입구가 폭발했음을 확인했을 뿐, 만약 산속에 터널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이 장소는 미래에 잠재적으로 핵 실험장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AP통신도 “TV 방송사 위주의 해외 미디어를 초청함으로써 북한은 명백히 폐기 이미지를 보이고 싶어 했다”며 “이날 폐기가 6·12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에 의한 환영 조치라 해도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아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