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포기 하면, 주한미군 시설 공개”

▲ 한∙미는 군축회담 공세에 주한미군 기지 공개로 대응할 수 있음을 밝혔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주장에 이어 평화체제 마련을 앞세워 군축회담 논의를 본격화 하려는 것과 관련, 한∙미∙일 3국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주한미군 시설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6자회담 개막에 앞서 열린 24일 남북수석대표 면담, 25일 북∙미 수석 대표 접촉에서 군축회담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핵 투명성에 대한 우리 입장은 확고하며, 필요하다면 주한미군 시설도 공개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 한∙미 양국의 의견”이라고 조선일보가 26일 보도했다.

한∙미 양국의 이러한 방침은 한∙미∙일 3국이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즉각적인 핵 포기 선언을 최우선적으로 이끌어 내겠다는 방침에 합의하면서 구체적인 대응방안 중 하나로 준비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 송민순 차관보는 이달 12일 민노당 지도부를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우면서 동시사찰을 강조할 경우 “우리도 의심된다면 (군사∙원자력)시설을 다 보여줄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주한미군의 시설도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북미접촉에서 북측 군축회담 입장 고수

한∙미 양국은 북한이 원한다면 핵잠수함이나 항공모함의 기항, 전술 핵무기 배치 등과 관련해서도 북한에 사전 통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안보동맹 폐기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군축회담 주장은 핵 보유국 지위를 공인 받고 평화체제 명분을 내세워 핵 포기를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시키려는 전략이다. 한∙미가 이를 거부하면 핵 개발 책임을 미국에 덮어 씌우고 지연 전략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6자회담 개막 하루를 앞둔 25일 북∙미가 처음 사전 양자접촉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한 입장 조율에 나섰지만, 미국이 선(先) 핵 포기를 주장하고 북측이 군축협상으로 대응해 북∙미간 입장차이가 여전히 큰 것으로 확인됐다.

회담 분위기를 전한 외교부 관계자는 “양측이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자리를 함께해 의견차이가 줄어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느때 보다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고 있고, 결과를 내자는 분위기가 있어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기조연설 통해 협상 윤곽 드러날 듯

이날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1시간 넘게 사전 접촉에 나선 북∙미는 상대국을 향해 원칙적인 입장을 개진하고 회담장에서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남북 접촉에 이어 북∙미 협의에서도 군축회담을 주장하면서 본회담에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에 참가국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북측의 군축회담 주장이 유지된다면 6자회담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회담 참가국 모두가 북측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군축회담 주장을 계속할지 여부는 26일 시작되는 6자회담 본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기조연설은 6자회담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기지 공개까지 협상 카드에 추가하면서 북한에게 핵 보유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상, 북한의 군축회담 주장은 스스로 고립을 가속화 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