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위협 가속…제동책 있나

북한이 로켓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반발해 6자회담 거부 선언에 이어 플루토늄 재처리에 착수했다고 발표하는 등 한반도의 위기지수를 높이고 있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이미 ‘핵시설을 복구하고 재처리를 완료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며 재처리를 완료할 때까지는 국제사회의 대화노력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등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재처리 착수발표에 우려를 표하면서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의 도발행동을 제어할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이는 상황이다. 미국은 오히려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것과 함께 북의 반발에 굽히지 않을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6일 “북한의 재처리 착수 방침은 예견됐던 수순”이라며 “정부는 북한이 로켓 발사를 준비할 때부터 국제사회의 대응과는 상관없이 로켓 발사에 이어 6자회담 거부, 재처리 착수 순으로 나아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재처리뿐만 아니라 북한이 이보다 더한 조치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재처리를 통해 핵탄두의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한의 ‘2차 핵실험’도 정부의 ‘예상 시나리오’에 들어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라크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5일 “미국은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북한이 자신들이 맡은 의무로 되돌아오도록 계속 압박할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 의무와 관련한 대화를 북한과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열어놨다.

그는 이어 26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가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 참가국 등 다른 국가들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과 최근 유엔에서 대북 제재 방안이 결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해 북한의 반발에 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위기지수를 높이고 있는 북한과는 달리 국제사회는 지난 13일 북한의 로켓 발사(5일)를 비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채택하고 24일 북한의 3개 기업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으로 일단 대응을 일단락 지은 양상이다.

사실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북한을 제외한 모든 6자회담 참가국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등 대화 국면을 찾고 있다.

한.러 외교장관은 지난 24일 회담을 갖고 6자회담 복귀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아소 다로 일본 총리도 같은 날 전화통화를 갖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24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에 대해 “향후 방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의 질문에 대한 원론적 답변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대화의 문호를 열어놓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북한은 6자회담 복귀는 커녕 미국과의 양자대화 요청에도 한동안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은 미국이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원한다고 해서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면서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지금과 같은 도발을 하고 있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원했다면 지난 3월 초 보즈워스 특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까지 들고 방북을 시도했을 때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이 당국자는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에는 내부의 정치적 목적이 더 큰 것같다”면서 “당분간은 이 같은 행보를 멈출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