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화적 이용’ 주장, 경수로 집착이 문제

▲ 평화적 핵 이용권 문제로 공전하고 있는 6자회담

4차 6자회담이 공동성명 발표 직전까지 갔다가 평화적 핵 이용에 대한 북한과 나머지 참가국 간의 견해 차이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관련국간 물밑 접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타결이냐 결렬이냐를 두고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최종 합의안 초안은 핵 폐기 범위에 대해 미국이 주장해온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4일 오후 10시경 자국 대사관 앞에서 “우리가 비핵화하자는 것은 평화적 핵 활동을 하자는 것이며 세상의 모든 나라는 평화적 핵 활동의 권리를 갖고 있다”며 평화적 핵 이용권을 계속 주장했다. 북한은 2002년 10월 2차 핵 위기가 발생한 이후 공사가 중단됐던 경수로 공사 재개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6자회담이 목표로 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핵무기와 이에 관련된 프로그램의 폐기를 뜻하는 것이지, 핵동력공업(원전)까지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은 1차 6자회담에서는 평화적 핵 이용도 포기할 의사를 밝혔다가 2차 회담부터는 평화적 핵 이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미∙일은 아직은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을 주장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국은 북한의 전력을 문제삼고 있다. 북한은 평화적 핵 이용을 주장하던 90년대 초반에도 재처리 시설을 갖추고 국제사회에 신고한 양보다 많은 플루토늄을 수 차례에 걸쳐 추출했다.

또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으로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국제적 의혹을 사고 있어 대표적인 NPT(핵확산금지조약) 위반 국가로 꼽히고 있다.

평화적 핵이용, 국제사회 신뢰 회복되면 권리 회복

또한, 북한과 함께 핵 개발 문제로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이란이 지난 10년이 넘는 핵 개발 역사를 평화적 핵 이용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불신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들어 미국은 믿을 수 있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인도에 원전 기술을 전수하겠다는 발표가 대표적인 예다. 반면, 핵무기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은 북한과 이란 같은 국가는 ‘평화적 핵 이용권’을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했던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도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 주장에 대해 “북한이 일단 NPT에 들어와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받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으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 한 연구원은 “경수로에서도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도에 따라 핵무기로 전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게 되면 평화적 핵 이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권을 주장할 수 있는 시점을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해 IAEA가 핵 기술을 전수할 것을 판단하는 시점. 즉, NPT(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하고 추가의정서에 따른 핵 검증을 충실히 이행했을 때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주장에 대해 “경수로에 대한 강한 집착과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할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