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창 후에도 ‘평화 모드’ 지속가능성…“핵포기는 못해”

북한이 어제(24일) 평양에서 정부, 정당, 단체 연합회의라는 것을 열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조국통일과업을 관철하기 위해 관련 단체들이 모여 회의를 연 것이다. 이들은 회의에서 ‘해내외의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이라는 것도 발표했다.

北, 평창 이후에도 ‘평화 모드’ 계속할 듯

북한이 발표한 호소문을 보면, 북한의 평화 모드가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이어질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호소문은 “올해에 … 북남선언발표 기념일들과 조국해방 73돌을 비롯한 여러 계기들에 해내외의 각 정당, 단체들과 인사들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들을 성대히 개최하여 민족의 자주통일의지를 만방에 떨쳐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북한이 여기서 말하는 남북선언은 6.15 선언과 10.4 선언이고, 조국해방 73돌은 올해 광복절을 말한다. 다시 말해, 올해 6월 15일과 8월 15일, 10월 4일에 남북 뿐 아니라 해외의 동포들까지 초청한 가운데 민족공동행사를 성대히 치르겠다는 것이다. 이는 평창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평화 모드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더 지속시켜 올해 말까지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한미훈련 중단, 반미성전 주장…‘핵포기’는 없어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평화 모드를 이어가겠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북한의 호소문과 연합회의 관련 보도를 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북한은 자주통일과 민족대단결을 강조하면서 “미국과의 전쟁연습을 영원히 중단하고 남조선에 미국의 핵전략자산들과 침략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 행위들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며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을 요구한 것이다.

북한은 또, “민족의 핵, 정의의 핵보검을 악의에 차서 걸고들며 그것을 북남관계 개선의 장애물로 매도하려는 온갖 궤변과 기도를 단호히 짓부셔버리자”며 핵포기를 할 의사가 없음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전민족적인 반미성전”을 거론한 것도 물론이다.

北, 올해 내내 ‘핵포기 없는 평화공세’ 예상

이상에서 볼 때, 북한이 올해 구상하고 있는 대남전략의 윤곽이 드러난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이른바 ‘민족공조’를 강조하며 6.15와 8.15, 10.4 남북공동행사를 이어가려 할 것이다. 이렇게 남북행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시대착오적이라며 한미훈련 완전 중단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다음달 8일 인민군 정규군 창건 기념일에 대규모 열병식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전략무기들을 공개하는 등 핵포기는 있을 수 없음을 과시하는 행동들이 계속될 것이다. 이른바 ‘핵포기 없는 평화공세’이다.

이러한 평화모드가 의도하는 목표는 북한 핵의 기정사실화이다. 남북 간에 행해지는 여러 행사에 매몰되다보면, 북한의 핵폐기 문제는 점차 시야에서 사라지고 대북제재의 논점도 흐려질 수밖에 없다. 대북제재를 둘러싼 국제사회와의 공조도 삐걱거릴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 대응할 공간 넓지 않아

우리 정부도 물론 북한의 이 같은 의도를 알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독자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며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북핵문제 해결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창 이후에도 계속될 북한의 평화모드에 우리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응할 공간은 넓지 않다. 핵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면 북한은 남북대화 모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고 남북대화 분위기에만 신경쓰다가는 북한이 의도하는 ‘핵포기 없는 평화공세’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으로 대별되는 국내의 갈등 구도도 정부의 정책 반경을 좁히고 있다.

지난해 북한이 미사일을 계속 쏘아대는 것도 우리 정부에게 시련이었지만, 올해 들어 180도 전환한 북한의 평화 모드도 정부에게 만만치 않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