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양은 가을의 일상

일본의 일부 언론이 북한의 중대발표설을 보도한 18일 오후 늦게 도착한 평양 순안공항에서 숙소인 양각도 호텔까지 가는 길에 본 평양 시내의 거리는 가로등 불빛도 없이 어둠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 불빛엔 등짐을 지거나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평양시민들의 일상이 드러났다.

순안공항에서 6.15남측위 언론본부 방북단을 맞은 검색요원들이 금지 서적이나 휴대전화, 망원렌즈 등을 찾는 검색은 여전히 철저했다.

이튿날 북측 안내원과 함께 방북 일정에 따라 노랗고 붉게 물든 가로수가 심어진 평양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문제에 관해 어떤 낌새라도 있을까 이목을 긴장시켰으나 ’위대한 장군님만 계시면 우리는 이긴다’ ’우리는 행복해요’라는 구호의 거리도 일상 그대로였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거나 세련된 정장을 한 여성, 양복정장을 한 남성 등 다양한 복장의 평양 시민들은 출근길 무궤전차를 타기 위해 10여m 이상 길게 줄을 선 채 방북단이 탄 버스를 무표정하게 바라봤으나 간혹 일부 시민은 자신들을 향한 카메라를 보며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조선역사박물관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붉은색 스카프를 두른 10대 소녀들은 방북단의 기자들과 웃으면서 가볍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방북단이 ’김정일 위원장은 괜찮으냐’고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자 이들은 한결같이 10대 소녀의 명랑함을 접고 말문을 닫고 말았다.

방북단이 찾은 묘향산 관광지구에선 북측 안내원의 권유로 계곡에서 늦가을의 정취 속에 고기를 구워먹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특히 방북단이 자리잡은 큰바위 주변 곳곳에서 북한 주민들이 가족 단위로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묘향산에서 평양으로 돌아오는 길, 농촌 들녘에서는 가을걷이가 한창이었다. 일부 논에서는 주민 1~2명이 쪼그려 앉은 채 곡식 낟알을 줍느라 분주히 손길을 움직였다. 북측 안내원은 대풍이라고 말했다.

평양에선 손을 잡은 20대 남녀, 막 결혼식을 마친 새 신부, 어린 자녀의 손을 잡은 30대 아버지, 힘겹게 등짐을 진 50대 후반의 여성들이 길을 가고 있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