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진출 엿보는 시중은행들…”아직 아이디어 수준”

▲우리은행 개성공단 지점ⓒ데일리NK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활성화에 이어 10월 정상회담을 통해 대규모 남북경협 합의 내용이 발표되자 국내 은행업계가 북한 시장 진출을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대북 금융사업은 리스크가 크고 수익성 전망이 불투명하다. 그러나 시중 은행들은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통일을 대비한 시장 선점의 차원에서 북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7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북한 내 토지이용권, 건물, 기계를 담보로 인정해 돈을 빌려주는 ‘개성시대론’을 선보였다. 개성공단 내 담보물에 대해 시중은행 최고 수준의 담보인정비율을 적용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 10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북한을 방문한 하나금융회장은 김승유 회장은 북한에 마이크로 크레디트(소액신용대출) 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김 회장은 방북 이후 대북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도 최근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 내 시설을 담보로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으며 기업은행은 개성공단 내 시설을 담보로 평가 금액의 40%까지 대출해주고 있다.

산업은행도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개성공단 9개 기업에 대해 113억 5천만원의 시설운영자금을 대출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 직접 진출한 금융기관은 개성공단 지점을 낸 우리은행과 금강산 지점을 운영중인 농협이다. 이 중 특히 우리은행은 여타 은행권의 대북 진출 움직임에 ‘대북사업 선도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추석에는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에게 초코파이 2만 상자를 전달했고 지난달에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특별환전소를 설치했다. 또한 개성공업지구 내 마트와 식당 등의 가맹점에서 바로 사용이 가능한 선불식 전자화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은행들은 지금까지는 주로 개성공단 내 기업들에 대한 대출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환전 서비스가 주이지만,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제2, 3의 개성공단 조성, 해주경제특구, 백두산 관광 등의 추진으로 남북경협이 확대된다면 북한에 대한 금융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 개방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남북경협 자체의 불안정성에 따른 투자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로써도 신중한 입장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은행 글로벌사업단 윤성모 부부장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금융업계 전반에서 북한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은 아이디어의 수준이고 구체화되지는 않은 이야기”이라며 “절차상의 문제도 많기 때문에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