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도 南 대선에 ‘관심’… “누가 되든 우리에게 지원해줬으면”

[주민인터뷰①] 대체로 민주당 후보 선호 분위기…차기 대통령에는 각종 지원·결단력 기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사진=연합

내년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거대 양당의 후보가 결정되면서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지었고, 최근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후보가 최종 선출되면서 여·야 대진표가 완성됐다.

북한의 주민들도 한국 대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남한의 정치 소식을 접하고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주민들은 이번 대선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데일리NK는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정해진 뒤 북한의 주민들과 접촉해 거대 정당의 두 후보와 대선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중에서도 북한이 불법으로 규정하는 외국산 휴대전화를 사용해 밀수업을 하는 양강도 주민(30대, 남성)과 휴전선과 맞닿은 개성시에서 ‘달리기’ 장사를 하는 주민(40대, 여성)과 먼저 이야기를 나눠봤다. 평범한 서민 계층에 속하는 두 주민 모두 한국 대선 소식을 보고 듣고 있었으며, 상당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두 주민은 현재 직면한 경제난, 식량난과 연관 지어 조금이라도 더 잘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나 조건을 만들어줄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특별히 양강도 주민은 코로나19 백신 무상 지원을, 개성 주민은 개성공단 재개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실제 개성 주민은 전통적으로 대북 유화정책을 펴온 민주당에 대한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모양새였지만, 양강도 주민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일부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실질적인 지원을 해줄 대통령이면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북한 양강도, 개성시 주민과의 일문일답.

-남한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소식을 지속 접하고 있나? 또 관심도 있나?

양강도 주민(A): 중국 대방(무역업자)에게서 듣고 있다. 관심 있다.

개성시 주민(B): 통로(채널)를 고정하라고 하는데, 어떤때는 돌리다 보면 남조선(남한) 테레비(TV) 신호가 잡힌다. 지속 보고 듣지는 않지만, 접하고 있고 관심도 있다.

-남한 대선에 관심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밀무역을 할 때 북남관계(남북관계)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북남관계가 좋으면 문제없지만, 북남관계가 안 좋으면 중국 대방의 사상이나 동향을 다 파악해야 해서 아주 시끄럽다.

B: 전국 13개 도(道) 중에 개성이 남조선 대선에 제일 관심 있다고 자부한다. 이유는 박근혜당이 안 돼야 개성이 열린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성은 진짜 먹고 살 만한 것이 없다. 남조선에서 관광올 때 잘 벌어먹었고, 개성공업지구할 때 쌀밥을 실컷 먹었다. 친척들이 남조선 라면, 초코파이를 실컷 먹겠다고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그날이 하루빨리 다시 오길 바라니 남조선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갖고 개성공업지구를 닫은 박근혜당 사람이 되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어쨌든 문재인을 계승하는 사람이 돼야 개성이 산다.

-현재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그에 대한 이미지는 어떻고, 어떤 인물로 알고 있나?

A: 이재명 개인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

B: 이재명은 노동자, 농민의 자식이고 우리(북한)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눈이 쨉쨉한 관상이 보통이 아니다. 그러니까 못 살던 사람이 약육강식 자본주의 세상에서 도당 책임비서(도지사) 하다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집권당을 견제하는 제1야당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로 뽑혔다. 그를 두고서는 어떤 말들을, 평가를 하고 있나?

A: 윤석열이 누군지 몰랐다가 대방에게 어떤 자인지 대충 들었다. 대방 말은 윤석열은 박근혜당에서 나오긴 하지만 문재인이 등용한 간부라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한 번 배반하면 두 번 세 번 배반한다는 속담이 있다. 박근혜를 잡은 사람이 그 당에서 나온다고 하기에 남조선 선거는 세 살 난 아이 노름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B: 윤석열은 우리 평민들 입장에서는 청산 대상인 지주 자본가, 잘사는 집안 자식이 아닌가. 거기다가 우리 조선 사람들이 세상 싫어하는 법관 출신이라니까 남조선 사람들 다 쥐 잡듯이 하겠다고 이야기한다.

-둘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까? 둘 중 누가 당선돼야 유리하다고 보는가?

A: 문재인이 평양시 5월1일경기장 숱한 군중이 모인 데서 연설하는 장면을 감개무량하게 본 기억이 강렬하다. 그다음 날 바로 통일이 오는 줄 알고 눈물이 많이 났는데 그런 당에서 후보가 나오면 우리나라에는 좋을 것 같다. 다만 문재인이 희망을 줬어도 결과는 쌀 한 대박도 들어온 게 없지 않나. 그러니 개인적으로는 누가 되든 호남벌 쌀을 먹어본 지 오래인 인민들에게 지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여한이 없겠다. 또 코로나 왁찐(백신)을 지원해줘 국경이 열리게 해줄 수 있는 사람, 북남관계에 불집을 일으키지 않고 동족상잔을 안 하게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B: 이재명이 타당하다고 본다. 우리 개성 사람들은 오매불망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 개성공업지구를 다시 여는 것이다. 쌀밥을 먹고 살 수 있었던 시절은 개성공업지구 노동자로 일할 때였다. 꿈 같았던 시절이 다시 오려면 이재명이 돼야 한다고 본다.

-차기 남한 대통령에게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A: 아까 말했던 것에 하나 더 말하고 싶은 것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제발 아랫동네(남한)로 내려 간 사람을 잡아 보내는 끔찍한 일은 없었으면 한다. 여기 있다 남조선에 가는 사람들이 오죽하면 갔겠나. 문재인이 바다로 나가 월남한 자들을 다시 판문점으로 보낸 뒤에 파장이 굉장했다. 몰래 가도 다시 잡혀서 올라온다는 인식에 사람들이 부들부들 떨었다. 가다가 잡힌 것도 아니고 다 가서 잡혀 올라왔다. 잡혀 올라오면 3대를 멸족해 씨를 말린다. 이런 것은 우리나라도 잘못이지만 새로 되는 남조선 대통령은 정말 이렇게 안 했으면 좋겠다.

B: 네 가지를 바란다. 첫째, 전체 조선 인민에게 쌀은 못 줘도 아이들이라도 배곯지 않게 먹을 강냉이와 아플 때 먹을 기초적인 약을 지원해주기를 바란다. 둘째, 남조선에서 예방주사 다 맞고 있어서 일없어지고(괜찮아지고) 있다는 것을 들어서 잘 알고 있다. 예방주사를 놔주는 것을 북남이 서로 협력하면 좋겠다. 셋째, 개성시민들 먹고살게 해주고 생활 수준을 올려줄 개성공업지구를 한 번만 열었으면 좋겠다. 거기서 대포나 총알, 핵을 만드는 것도 아니지 않나. 북남이 잘 합의해야 하겠지만 기본은 남조선 새 대통령의 역할이라고 본다. 넷째, 보위원들 하는 말이 개성공단은 미국 눈치 보고 못 연다고 한다. 개성공단은 우리민족끼리 하는 경제교류인데 왜 미국의 눈치를 보나. 한 국가의 대통령이 왜 자기주장을 못 내세우나. 새 대통령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말보다 실천을 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남한의 대통령 선거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다른 나라는 다 그렇게 대통령을 투표해서 뽑는다는 것을 안다. 나도 사회의 한 성원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좋지만, 안정적이지 못해 보이기도 하다. 경험 못 해본 것이니 사실 생소하고 이해가 부족하다.

B: 경험해보지 못해 잘은 모른다. 당에서 찍어놓은 사람을 무조건 찬성해야 하는 우리나라 선거와는 완전히 다른 것 아닌가. 거기서 대통령이면 우리는 수령이지 않나. 그런 대통령을 인민들이 자기 손으로, 자기 의사로 뽑는다는 것은 조선 사람으로는 감히 엄두도 못 내는 일이다. 선거 제도만 보면 남조선이 더 평등한 나라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