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방위 도발카드로 위기지수 극대화

북한이 핵실험과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등 전방위 도발카드로 위기지수를 극대화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5일 핵실험을 단행한 뒤 지대함과 지대공 등 단거리 미사일 6발을 발사한 데 이어 ICBM 발사 준비 작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과 군사분계선(MDL),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등에서의 도발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군당국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전후로 추가적인 도발을 할 것으로 분석하고 예상되는 모든 도발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태세를 강화할 것을 전군에 지시했다.

◇ICBM 발사 징후 = 북한이 지난주 평양 인근의 산음동 병기연구소에서 화물열차 3량에 장거리 미사일 1기를 탑재해 이송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미사일은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미사일 발사장으로 옮겨진 뒤 발사대 장착, 연료주입 등의 과정을 거쳐 다음 달 중순께 발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정보당국은 관측하고 있다.

정보당국의 핵심 관계자는 “북측이 서둘러 발사 거치대를 설치할 경우 준비를 마치는 데 2주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르면 다음달 중 발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핵심 참모는 “북한이 2006년 7월 대포동 2호를 발사했을 때는 미사일을 기지에 운반한 시점으로부터 2개월 만에 발사했지만 이번에는 이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면서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발사 버튼을 누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포동 2호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은 발사할 경우 3천600km이상을 비행할 것으로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4월5일 발사한 장거리로켓의 추진체를 사용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 추진체는 발사장에서 3천200km 떨어진 태평양 해상까지 날아간 바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추진체의 연료와 발사 각도 등을 조정하면 지난달 발사된 장거리 로켓보다 사거리가 확장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만약 하와이를 통과해 태평양 해상에 떨어질 경우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게 된다.

◇ICBM..’미국 압박.권력공고화’ 다목적 카드 = 북한이 ICBM 카드를 꺼내든 데는 여러가지 속셈이 깔려 있어 보인다.

우선 핵실험과 함께 예고한 ‘자위적 조치’를 행동화하려는 것으로, 국제적인 대북압박을 핵실험과 ICBM 발사 등 한반도 위기지수를 높이는 방법으로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유엔 안보리가 의장성명 등에 대해 사죄하지 않으면 ‘자위적 조치’로 핵실험과 ICBM 발사시험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며 이달 25일 핵실험을 감행했다.

외무성은 29일에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2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논의에 대해 “안보리가 더 이상의 도발을 해오는 경우 그에 대처한 우리의 더 이상의 자위적 조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해 ICBM 발사시험 예고를 재확인했다.

또 ICBM 발사를 통해 군부 강경파 중심의 권력구도 안정을 꾀하고 군사적, 외교적으로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계산도 담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과거 외무성 중심의 협상파가 득세하면서 군부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건강 문제가 불거진 이후 입지 회복을 노리는 강경파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후계체제 확립 등 권력구도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ICBM 발사 카드를 꺼내 들어 미국과의 양자협상 구도를 고착화해 대미협상에서 더 많은 보상을 얻어내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란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그간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기술개발에 촉각을 세워온 것도 따지고 보면 핵탄두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가능성 때문이다. 1t 이하로 소형화된 핵탄두를 개발, ICBM에 장착한다면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이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하와이를 넘어서는 ICBM을 발사할 경우 핵실험으로 격앙된 분위기를 반영해 대북 ‘군사적 옵션’을 공론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NLL.MDL.JSA 도발 가능성 = 군당국은 북한이 ICBM 발사를 전후로 NLL, MDL, JSA, 남북관리구역 등에서 도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전면참여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면서 서해 5개 섬 주변을 항해하는 남측 함정과 선박의 안전항해를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 NLL에서 충돌 가능성을 높였다.

군은 북한이 NLL을 침범하는 어선을 단속하는 우리 고속정을 향해 해안포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예견하는 등 기습공격에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북한은 서북지역의 섬과 해안가에 130mm(사정 27km), 76.2mm(사정 12km) 해안포와 152mm(사정 27km) 지상곡사포(평곡사포) 등을 배치해 놓고 있으며 지난 1월17일 ‘대남 전면대결태세 진입’ 성명 이후 포 진지를 노출하고 포문을 열어 놓고 있다.

NLL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280여척 가운데 160여척이 지난 28일 백령도 서쪽 해상으로 급히 철수한 것도 군은 북한의 도발 징후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의 군사분계선(MDL)상 도발도 상정할 수 있다. DMZ 수색정찰을 하는 우리 군 수색대에 대한 총격 가능성이 그것이다. 물론 공동경비구역(JSA)과 남북관리구역에서의 돌발 교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은 다음 달 1~2일 제주에서 열리는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기간도 도발 가능시기로 예상하고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최근 일련의 도발이 이명박 대통령 정부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면 아시아 주요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시기를 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002년 제2차 연평해전도 전세계의 시선이 한반도에 집중된 한.일 월드컵 기간에 발생했다.

◇군 “도발시 현장에서 작전종결” = 군은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면 현장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지상, 공중, 해상의 합동전력으로 단시간내 현장에서 종결하도록 지침을 하달한 상태다.

현장지휘관이 통합화력을 이용해 확전의 빌미를 주지않는 선에서 작전을 종결짓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특히 군은 NLL 해상에서의 도발 가능성이 우선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NLL 해상에 한국형 구축함(KDX-I.3천500t급) 1척을 전진 배치해 유사시 북한 경비정의 기습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

NLL의 최일선 경계임무는 해군 고속정이 맡되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면 구축함을 NLL에 근접시켜 고속정을 지원하는 한편 필요시 북한 경비정을 격침시킨다는 것이다.

KDX-I은 127㎜ 주포 1문과 1분당 20mm탄 4천500발을 발사해 항공기를 요격하는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2문, 대함유도미사일인 하푼, 함대공미사일 시스패로, 어뢰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또 군은 백령도와 연평도에도 K-9 자주포와 대공미사일을 증강배치해 북한의 해안포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북한이 우리 함정을 향해 해안포를 발사하면 사거리 40km의 K-9 자주포로 응징한다는 계획이다. 목표물 명중률이 뛰어난 K-9 자주포는 분당 6발을 쏠 수 있으며 급속발사 시에는 15초에 3발을 발사할 수 있다.

공군은 북한 전투기의 NLL 월선에 대비해 비상출격태세를 갖추고 있다. 군당국은 북한이 우리 함정을 향해 해안포와 미사일을 발사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최첨단 F-15K와 한국형 구축함을 이용해 발사 진지를 격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희 국방부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 2월20일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NLL에서 장사정포나 미사일 등으로 우리 함정을 공격해올 경우 발사지점을 공격하겠다는 원칙을 밝히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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