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예비대졸자, 3대혁명소조 파견 기피…허위 채용증 취득 나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3일 제5차 3대혁명(사상·기술·문화) 선구자 대회에서 제시한 구호대로 “모든 혁명진지를 3대혁명화하자”며 각계의 각오와 결심을 전했다. 사진은 선전 활동으로 사상 분야에 힘을 쓰는 청진화학섬유공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당국이 내년 2월 대학 졸업예정자의 80% 이상을 3대혁명소조원으로 파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졸업 예정자가 당국의 조치에 반발하며 혁명소조 배치를 회피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16일 내부 소식통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교육성에서 내년도 대학 졸업 예정자에 대한 3대혁명소조 뽄뜨(TO)를 대학마다 80~90%로 확정을 지으면서 졸업자들이 서둘러 채용증을 받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北 대학졸업예정자 80%, 3대혁명소조원 신분 공장기업소 배치”)

여기서 채용증이란 기관이나 공장‧기업소 등이 필요한 인재를 우선 채용해 이미 취업이 완료됐음을 증명하는 증서다.

이 채용증을 대학 배치과에 제출하면 3대혁명소조원 파견을 면제받을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기관이나 기업소가 먼저 나서서 인재를 선발해야 하지만 3대혁명소조 파견을 꺼리는 졸업예정자들이 기관을 찾아가 뇌물을 주면서까지 채용증을 써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채용증을 받아 혁명소조원 파견을 면하려는 졸업자들은 기관이나 기업소뿐만 아니라 대학 배치과 간부들에게도 뇌물을 바쳐야 한다.

인맥이나 뇌물이 동원돼야 하기 때문에 집안의 권력이나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졸업예정자들은 방법을 알아도 시도할 수 없다고 한다.

문제는 채용증을 받고 혁명소조원 활동을 면제받는 졸업자들이 실제 기업소에서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에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출근하지 않으면서 개인 사업을 하는 이른바 8‧3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채용증을 받고 혁명소조 파견을 면제받고 나서 행정이나 정치 분야 간부를 양성하는 인민경제대학·금성정치대학 등에 진학하기 전(前) 1년 정도 휴식기를 가지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부모의 사업을 도와 일하거나, 수매 상점을 운영하는 등 개인 경제 활동을 하면서 돈을 번다.

여기서 큰 사업체를 운영할수록 인민경제위원회나 군(軍), 국가보위성 등 권력 기관에 적(籍)을 걸어 놓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권력 기관들도 뇌물을 받고 졸업예정자들에게 허위 채용증을 발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관이나 기업소 입장에서는 실제 인력을 채용해서 월급으로 인건비를 지출하는 것보다 8‧3으로 매달 정해진 돈을 받아 기관 운영에 이용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하지만 청년층에 대한 사상 교육을 강화해 기술혁신 성과를 내려는 당국 입장에서는 충성분자를 양성하려는 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소식통은 “국가에서는 8‧3이 비사회주의 현상이라며 근절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실질적으로 8‧3이 없으면 기관이나 기업소도 돌아가지 않는다”며 “올해는 나라에서 졸업생 대상 3대혁명소조 파견자를 너무 많이 배정하면서 졸업예정자 8‧3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