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이은 대남 파격행보…남북관계 개선 안간힘 쓰는 이유는?

전문가 “국면 전환 위해 南 적극 활용…의식변화 우려로 소극화될 가능성”

북한이 연일 파격적인 대남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이 평양에서 진행된 남측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하는가 하면, 통일전선부 부장인 김영철은 남측 기자단을 찾아와 취재활동을 통제한 데 대해 사과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북한 고위급 인사가 남측 언론을 상대로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간의 해빙무드를 깨지 않으려는 북한의 의도가 엿보인다.

특히 김정은은 지난 1일 남측 예술단의 단독공연이 끝난 뒤 출연진을 불러 일일이 악수하고 격려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또 출연진 전언에 따르면 김정은은 “남측이 ‘봄이 온다’라는 공연을 했으니 가을에는 결실을 갖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고 깜짝 제안을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의 이 같은 파격적 행보를 ‘국면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압박으로 극심한 곤경에 처한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북미관계를 풀어나가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례 없는 초강력 대북제재를 완화 또는 해제할 핵심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이 지난해 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서둘러 선언한 것도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3일 데일리NK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나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대북제재”라며 “현재의 제재 수준이 앞으로 1~2년 더 지속되면 북한으로서도 내구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지도부에도 타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남북,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서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체제 생존과 안전을 보장받으려고 하고 있다”며 “완성된 핵무력으로 협상을 하고 이를 통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지금이 바로 그 최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 김정은이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한 뒤 출연진인 걸그룹 레드벨벳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실제 김정은은 지난달 초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과 만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대화 국면에 나서게 된 북한의 속셈이 읽히는 대목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나서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북미협상을 하려는 게 북한의 전략”이라며 “서둘러 협상국면으로 전환해 대북제재를 흐리고, 경제개발에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면전환 전략을 확실히 실행하기 위해 앞으로도 남북관계에서 획기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제재 완화와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어떤 형태로든 남북관계를 계속 끌고가려고 할 것이며,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에도 파격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서는 남북관계가 주변국 특히 북미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일종의 디딤돌이기 때문에 당분간 남북관계를 계속 좋은 방향으로 끌고가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할 것”이라며 “정상회담이 끝난 후에도 후속 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 교류협력을 활발하게 진행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남북관계 개선이 큰 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한편에서는 남북관계가 일정 수준이 되면 답보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북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지렛대 역할로 남북관계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수준으로 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북한으로서도 정치적인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은 남북관계 발전에 따라 협력이 확대되면 주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경계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외부 환경으로 인한 주민들의 변화는 곧 체제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북한은 일정 정도가 되면 남북관계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