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소련 눈치 안보고 사회주의 완성”

북한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처럼 붕괴하지 않은 요인을 ’우리식’ 자주노선에서 찾고 있다.

정기풍 평양 김철주사범대학 정치사학과 강좌장(학과장)은 4일 미국소재 온라인 매체인 민족통신과 특별대담에서 동유럽 사회주의의 붕괴 원인과 북한 사회주의가 붕괴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민족통신에 따르면 정 교수는 동유럽 사회주의가 무너진 원인을 “사회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에서 찾고 “소련 사람들은 미국이 사상의 다원화를 이야기하며 탈이데올로기 시대니까 여러 가지 사상을 도용해라 하니까 여러 가지 사상을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또 ’북한은 주체사상만 교육하고 다른 사상은 탄압하는가’라는 지적에 대해 “지금이 어느 땐데 문명시대에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사상을 탄압하느냐”고 반문한 뒤 “우리 나라에서는 사상탄압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는 “우리도 실존주의를 연구해봤고 미국이 번영한다 해서 미국의 정치철학인 실용주의도 공부 많이 해봤다”며 “토머스철학이요, 스콜라철학이요, 종교철학이요, 다 연구해봤지만 부모로서 자식에게 공부시킬 것은 주체사상 이상 없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사회주의에서는 여러 사상이 있을 자리가 없다”며 “하나의 계급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기본 징표는 개인주의냐, 집단주의냐 인데 사회주의는 집단주의여서 집단주의 방법으로 운영한다”며 소련과 동유럽은 이 원칙을 어기고 자본주의적 경영방법을 받아들여 붕괴했다고 지적했다.

사회주의 붕괴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제국주의에 굴복한 것”을 꼽으며 “미국이 협박하니까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북한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지 않은 요인을 “순 우리 힘으로 건설한 것”이라고 설명, 자주적인 사회주의 건설을 강조했다.

그는 ’북에서는 소련이나 중국의 지원을 받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소련이 자꾸만 자기네 식으로 하라 해서 애를 먹었다”며 “우리는 언제나 그것(소련의 간섭과 압력)을 물리쳤다”고 역설했다.

소련의 ’권고’가 도움이 될 때는 받아들이고 도움이 안 될 때는 받아들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1956년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방북 계획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당시 흐루시초프는 중국 베이징(北京)을 거쳐 평양을 방문하기로 돼 있어 평양 순안비행장에 수만 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그런데 흐루시초프는 공항의 환영 인파가 붉은 깃발을 들고 나왔다는 보고를 받자 “붉은 깃발을 흔들면 평양에 못 가겠다”고 말했다.

흐루시초프로서는 붉은기를 들고 나온 평양 시민들 앞에서 미국을 비판해야 하는데, 당시 미국과 밀월관계에 있던 터라 이를 껄끄러워 했다는 것.

결국 흐루시초프는 베이징까지 왔다가 소련으로 돌아갔으며 그후 소련 공산당 서기장들은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다.

1968년 미국 해군 첩보함 푸에블로호 억류 당시에도 소련과 갈등을 빚었다.

당시 브레즈네프 서기장은 푸에블로호 반환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12월까지 버티다 미 정부의 사과 직후 병사들을 풀어줬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렇게 우리는 소련 말 듣고 사회주의 한 것이 아니다”라며 “자본주의 경험도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맞지 않으면 안 받아들였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사회주의 유지의 다른 요인을 ’영도자 문제’로 꼽으면서 “영도자가 인민의 마음을 어떻게 읽어내는지가 중요하다. 영도 수완이 비범하다는 것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