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들쭉’ 수확철 맞아 주민 동원해 외화벌이 나서

북한 당국이 들쭉 수확철을 맞아 주민들을 동원해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 

북한 양강도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들쭉 수확철을 맞아 기관기업소는 물론 여맹(조선민주여성동맹)에서도 과제(할당량)가 떨어져 대부분 여성들이 장사도 하지 못하고 들쭉 따기에 동원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양강도) 백암군과 삼지연군은 1990년대 초반 대대적인 들쭉 밭 조성으로 곳곳에 들쭉 밭이 있고,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학생과 주민들은 물론 혜산시에 살고 있는 주민들까지 들쭉 따기에 동원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들쭉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지만, 외화벌이 품목의 하나로 인식되어 있어 보존 되지 않는다. 들쭉은 북부 고산지대인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일부 지역에서 자라는 쌍떡잎 식물로 6월경에 꽃이 피어 8, 9월에 열매를 맺으며, 검은 자줏빛으로 달고 신맛이 난다.

과일이 귀한 양강도 지역의 주민들은 들쭉을 따서 날것으로 먹기도 하고 설탕을 첨가해 음료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또한 들쭉은 맛과 질이 포도보다 훨씬 좋아 고급발효주(와인) 원료로 이용되고, 오랜 기간 보관이 어려워 들쭉술이나, 들쭉잼, 들쭉 주스로 만들기도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여성들은 1일 10kg의 과제를 10일간 모두 해결해야 한다. 총 100kg을 외화벌이용으로 지역 들쭉사업소에 내야 하는 것이다. 그 외 초과된 들쭉은 개인 몫으로 시장에 팔거나 집에 가져갈 수 있다. 

소식통은 “올해는 농사가 안 된 반면에 산 열매는 잘 열려서 들쭉도 풍년이 들었다”면서 “들쭉 풍년 소식이 늦게 퍼지면서 올해 외화벌이 과제를 들쭉 수매로 해결하려는 여맹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들쭉 수매가는 지난해 1kg에 중국 돈 35~40위안(5.5~6달러)에 거래됐지만, 올해는 60위안까지 올랐다. 지난해보다 들쭉 수확이 잘돼 중국에 수출하면서 큰 이익이 생기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 같다고 소식통은 분석했다.

들쭉 풍년으로 작업 속도가 빠른 사람은 하루에 20kg 정도를 딸 수 있어 자신에게 주어진 할당량을 채우고도 10일 정도 들쭉 수확을 하면 500~600위안 정도를 벌 수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수확된 들쭉은 양강도 내에 위치한 혜산 들쭉가공공장, 백암군 들쭉가공공장, 삼지연 들쭉가공공장 등 각 지역 들쭉사업소에서 보관한다. 가공공장들은 들쭉을 원액으로 만들어 중국에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들쭉이 예년에 비해 수확이 좋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타 지역에서 장사꾼들이 들쭉을 따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들쭉 수매가가 지난해보다 배(倍) 가까이 올라 들쭉 수매 수입이 시장에서 장사하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부 여맹원들 사이에서는 “개개인이 하루 바치는 들쭉 양은 적지만 도(道) 단위로 합치면 양이 상당할 것”이라면서 “해마다 바치는 많은 외화자금은 다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면서도 “과제를 다 하면 개인벌이를 해도 되기 때문에 대부분 여성들과 직장원들이 들쭉 따기에 여념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주민들이 수확한 들쭉을 가공, 수출해 얻은 수입으로 김정일 고향 인근 지역인 양강도 혜산시 꾸리기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