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경통제 강화 지시에 달러 환율 ‘뚝’…무역재개 포기 분위기

평양·신의주·혜산 모두 4000대 중후반으로 형성...국경 통제에도 밀수 지속, 위안화 환율은 소폭 하락

북한군 경비대가 얼음을 깨고 물을 긷고 있다(2019년 2월 촬영). /사진=데일리NK

북한 원·달러 환율이 또 다시 4천원대로 하락했다. 최근 북한 당국이 국경지역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하자 무역에 대한 기대감 하락이 환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기준 북한 원·달러 환율은 평양 4700원, 신의주 4690원, 혜산 4620원으로 조사됐다. 이달 14일 달러 환율이 평양 5500원, 신의주 5500원, 혜산 535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열흘만에 약 15%가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국경봉쇄 이후 북한 환율은 무역에 대한 기대감에 따라 5% 내외 수준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무역 또는 방역과 관련된 당국의 조치가 하달될 경우 10% 이상 급락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취재결과 지난 22일 중앙당 조직지도부는 중앙비상방역사령부와 국가보위성,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에 국경지역 방역수칙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지시문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내부 고위급 소식통에 따르면, 지시문에는 동절기 국경경비 강화와 함께 압록강에서 물을 긷는 행위를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겨울철에는 압록강이 얼어붙기 때문에 주민들은 수심이 깊은 강 안쪽까지 접근해서 얼음을 깨고 물을 길어 생활 용수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안전성은 지난해 8월 국경지역에 ‘국경봉쇄선으로부터 1~2km 계선에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이곳에 비조직적으로 들어간 인원과 짐승에 대해서는 무조건 사격한다’는 내용의 사회안전성 포고문을 하달한 바 있다. 

하지만 포고문이 내려온 뒤에도 강 주변에 거주하는 일반 주민이나 학교 또는 기업소 경비직원 등 사전 허가를 받은 인원이 낮 시간에 용수를 얻기 위해 압록강에 내려가는 것은 허용돼 왔다. 

상수도 시설이 열악한 일부 국경지역의 경우 직접 강에서 물을 길어와야 생활 용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 당국이 겨울철 압록강에서 물긷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나선 것은 얼어붙은 강에서 밀수가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보통 북한 국경지역에서는 강이 얼어붙는 동절기에 밀수가 증가하는데, 국경이 봉쇄되고 경비가 강화됐던 지난 겨울에도 압록강에서 밀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내용의 지시문이 중앙비상방역사령부와 국가보위성, 군 총참모부를 통해 각 지역 비상방역지휘부, 국경경비대, 7군단 등에 하달되면서 무역 재개에 대한 기대심리도 순식간에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음력설을 전후로 무역 제한이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재로서는 이 또한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다. 

다만 위안화의 경우 달러보다 환율 하락폭이 적은 것으로 확인된다. 24일 기준으로 위안화 환율은 평양 587원, 신의주 595원, 혜산 600원으로 열흘 전과 비교할 때 2~6%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허가권(와크)를 이용해 공식 무역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개 달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역과 관련된 새로운 방역 조치가 나올 경우 달러 환율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당국이 국경통제를 강화해도 밀수를 완전히 근절할 수 없는 데다 국경지역 밀수에서 위안화가 사용되기 때문에 달러에 비해 위안화 환율 변동폭이 작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지금도 밀수가 되고 있고 국경지역 밀수는 기본적으로 비(위안화)가 사용된다”면서 “아무리 국경을 봉쇄하고 통제해도 어떤 방법으로든 밀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