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최고위층 인사 방북 추진 배경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외무성에 조지 부시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국 최고위층 인사의 방북을 적극 성사시키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지시는 핵문제를 둘러싸고 북.미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최고위층 인사의 회담을 통해 핵문제와 북.미 관계정상화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 행정부 고위인사의 방북은 양국 간 각종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 미국과 일본의 최고위층 인사의 방북 외교를 통해 관련국과 얽혀있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해빙 분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화해무드가 고조됐던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방북한 올브라이트 장관은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만나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방북에 의견을 모았었다.

이에 앞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양국의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하는 ’조.미 공동코뮈니케’를 체결하기도 했다.

또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처음으로 방북,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국교 정상화 교섭 재개와 일본인 납치문제 등 4개항의 북.일 평양선언을 채택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을 전격적으로 인정.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함으로써 북.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길을 열었다.

남북관계 역시 마찬가지. 지난해 김일성 주석의 조문 방북 불허 등으로 침체국면에 있던 남북관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15민족통일대축전에 참석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6.17면담을 통해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해결의 물꼬를 텄다.

미 최고위층 인사의 방북 추진에는 북.미관계 현안 해결뿐 아니라 김 위원장의 위상을 크게 제고할 수 있다는 판단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 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미국.일본.러시아.중국 지도자들의 방북에 대해 “김정일 장군님이 위대하고 선군정치로 강력한 군사력을 갖게 됨으로써 강대국들이 저마다 머리를 숙이고 찾아온다”는 논리로 주민들 교육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창건 60주년인 올해에 초강대국인 미국 지도자들의 방북을 성사시키는 것은 더없는 호재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핵문제를 푸는 방식을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이 경수로 문제로 갈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미 고위층의 방북이 이뤄지기보다는 이미 방북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평양행 성사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힐 차관보의 방북 과정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이 성사되면 각종 현안에 대한 가닥을 잡으면서 후속으로 미 고위층의 방북이 뒤따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