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시 6자회담 어떻게 될까

미국 언론이 현지시간 17일 북한의 핵실험 준비 가능성을 제기함에 따라 장기 교착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6자회담의 앞길에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약 한달 후면 9.19 공동성명 채택 1주년이 되지만 북한이 지난 해 11월 미측에 마카오 소재 은행 `방코 델타 아시아'(BDA)의 자국 계좌 동결 해제를 요구하고 나선 이후로 6자회담은 열리지 못하고 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올들어 회담 재개를 위해 비공식 6자회담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 6자 외교장관 회동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 당국자들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아이디어가 거의 고갈됐다”면서 “한동안 회담 재개를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교착국면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 보유국으로 가는 문턱에 해당하는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6자회담은 좌초위기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핵실험의 파장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북한이 핵실험으로 인해 자국 외교의 중요 성과로 평가되는 9.19 공동성명이 폐기되다시피 하는 상황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그러나 다수의 예상을 깨고 7월5일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6자회담 틀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 아래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차라리 미국으로부터 `핵클럽 회원’의 대우를 받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충분해 한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들은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6자회담의 기능 중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고 북한의 국제사회 동참을 촉구하는 기능은 사실상 상실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이와 함께 북한 미사일 발사 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문에 입각,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미국이 초강경 자세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된다.

무력사용으로 이어질 지에 대한 예상은 현 단계에서 이르지만 미국은 일본과 함께 자국 차원의 대북 제재는 물론 유엔 차원의 더 강력한 제재 결의를 추진하면서 전세계적인 대북 압박 국면을 이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사일 발사에 꿈쩍도 하지 않은 미국을 양자대화로 이끄는 길은 `핵실험 카드’ 뿐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으나 현재도 양자대화 카드를 일축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입장을 바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반적인 관측이다.

아울러 현재 대북 대화의 틀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한국.중국.러시아 등도 핵실험 이후에는 대북 압박에 동참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에 6자회담은 향후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모색하는 기능을 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특히 중국이 지금은 북한을 제외한 채 5자회담을 갖는 방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자국의 지역 전략에 정면 배치되는 북한의 핵실험이 강행되면 5자가 중심이 된 대북 압박에 동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상당수 외교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교수는 “북한이 핵 실험을 하는 순간 6자회담이 가진 북핵 억제의 `순기능 ‘이 상실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그 경우 6자회담은 대북 제재를 모색하는 기구로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