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중대발표’ 있다면 대남.대내정책 가능성

북한이 `중대발표를 할 예정이며 이를 앞두고 외교공관원들에게 대기명령을 내렸다’는 등의 18,19일자 일부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일단 신빙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의 ‘중대발표’ 보도 때문인지 19일 국내 한 보수우익 성향의 인터넷 매체 등이 김정일 사망설을 퍼뜨리기도 해 언론사들에 독자나 투자자들의 확인 전화가 걸려오는 등 작은 소동도 벌어졌다.

김정일 사망설을 퍼뜨린 이 매체는 특히 연합뉴스와 중국 CCTV가 관련보도를 한 적도 없는데 연합뉴스와 중국 CCTV가 그렇게 보도했다고 거짓 인용했다가 항의를 받고 삭제했다.

일부 일본언론이 북한의 ‘중대발표’와 ‘해외공관원 대기명령’ 설을 보도하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은 있다.

북한의 해외 공관원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지면서 활동이 위축되고 외부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등지에 나와있는 북한 공관원들은 해당국과 협의 를 마치면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 통상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관련 업무를 마치면 곧바로 공관으로 귀환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 당국이 불필요한 행동을 삼갈 것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민감한 시기에 외교관들의 외부 접촉을 통해 김 위원장과 관련된 다양한 ‘설’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소식통은 또 일본 외무성이 지난 8일께 북한 공관원들의 대기명령관련 정보를 수집했던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10월10일 오후 늦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불패의 위력을 지닌 주체의 사회주의 국가이다’라는 장문의 `담화’를 발표하고 19일까지도 이를 반복보도할 정도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10일 담화 발표와 관련된 정보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종종 김정일 위원장의 논문 발표가 있으면 전문과 해설 등의 내용을 담은 전문을 해외공관에 보내 공관원들이 학습과 토론 등을 갖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산케이 신문은 `중대발표’ 날짜를 ‘내일(20일)’이라고 못박았다. 산케이 신문의 보도대로 `중대발표’가 `유효기간’이 지난 김 위원장의 담화가 아니고 새로운 것이 나온다면 무엇이겠느냐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예상이 다양하게 나온다.

일단 우리 정부 당국은 ‘중대발표’설에 대해 “근거없는 설”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일본 언론의 중대발표와 관련된 내용은 우리도 수집한 첩보지만 근거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만일 일본 언론들의 보도대로 중대발표가 있더라도 해외 공관원들을 대상으로 예고했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문제와 관련된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한 탈북자는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도 관련 소식을 해외공관에서 BBC 등 외국 방송을 보고 알았다”며 “북한이 김 위원장의 사망과 같은 중대발표를 공관원들에게 내려보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건강관련 중대발표라면 특히 북한이 최근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이나 축구경기관람, 담화 발표 등의 공식행보를 언론을 통해 강조하고 있고,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이뤄졌으며, 미 국무부가 북한이 핵 불능화 작업을 전면 재개했다고 밝힌 일련의 흐름과도 어긋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한미연례안보회의에서 한미 국방장관이 김정일의 통치에는 이상이 없다고 확인했는데 그 사이에 상황이 급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중대발표가 있다면 남한에 대한 모종의 조치”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최근 내놓은 말의 연장선에서 보면, 예컨대 개성공단에서 한국기업의 활동을 중단시키고 외국자본에 개방하겠다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북한은 지난 16일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통해 “우리의 존엄을 훼손하며 무분별한 반공화국 대결의 길로 계속 나간다면 우리는 부득불 북남관계의 전면 차단을 포함해 중대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대남정책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해외 공관원들은 김 위원장의 와병설이 나온 8월 중순부터 9월말까지 본부의 업무지시가 전혀 없어 사실상 ‘업무 중단’ 상태에 있다가 10월 초부터 정상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그로 인해 바짝 엎드린 채 답답해 하는 외교관들한테 ‘근무 철저’를 강조하는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 정치적으로 올해 8월께에는 개최됐어야 하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와 김정일 위원장의 국방위원장 재추대 발표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중대발표’설이 사실이라면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가 열리고 국방위원장 재추대가 정상수순인데 그동안 안됐다”며 “추측이지만 이를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