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민군, 전쟁준비 하기훈련보다 ‘토끼 사육’에 집중?

‘8월까지 1인당 1.5마리 토끼 길러야’ 방침 하달...군인들 ‘토끼가 사람 잡는다’ 아우성

총정치국에서 발간한 7월 조선인민군 선전선동자료에 ‘토끼기르기 열풍속에’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띈다. /사진=데일리NK 소식통 제공

최근 북한 전군(全軍)에 무력 최고사령관(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를 관철한다는 명목으로 ‘토끼 사육’에 관한 구체적 방침이 하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군인들은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제2기 전투정치훈련(하기훈련)과 이 작업을 병행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7일 데일리NK 군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시작된 하기훈련 사기 진작을 위해 토끼 기르기를 조직적인 사업으로 진행할 데 대한 최고사령관의 방침관철을 위한 총정치국과 인민무력성 후방국의 지시문이 전군에 하달됐다.

일단 후방국에서는 ‘각 군은 1인당 3.5kg 이상 토끼 1.5마리, 군인 사택은 1세대당 15마리의 토끼 사육’이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하달했고, 이를 8월 말까지 검열·총화(평가)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따라 군인들은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예를 들어 인원 130명 중대인 경우 2달 남짓 기간 195마리의 대형 토끼를 길러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최고사령관 말 한마디에 갑자기 없는 토끼를 대량으로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에 빠진 셈이다.

실제로 지시 하달 이후 토끼사(토끼집) 증축, 토끼 마릿수 확충, 먹이 확보 등은 모두 일반 군인들의 몫이 됐다.

이에, 자연스럽게 휴식 시간도 대폭 줄어들었다. 소식통은 “군인들은 오전엔 근무 수행과 훈련에 참여하고 오후에는 근무휴식 전 1시간씩 야산에 올라 아카시아잎이나 토끼풀을 해 놓아야 쉴 수 있게 됐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이는 군인 사택에서도 마찬가지다. 군관(초기복무사관 포함) 가족들은 하기훈련을 맞아 다시 시작된 ‘병사들의 날(일요일)’ 음식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토끼 15마리를 길러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정치국에서는 관련 사상 교양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번 사업은 이미 ‘풀과 고기를 바꿀 데 대한’ 최고사령관의 방침관철 사업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7월 발간한 조선인민군 선전선동자료에 ‘토끼기르기 열풍 속에’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모범적인 단위와 군인들을 소개하면서 이 운동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지시에서 열악한 군부대 공급의 실태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식통은 “‘토끼를 기르자’는 구호를 내세운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구체적 마릿수를 명기한 건 처음”이라면서 “공급을 제대로 못 해주겠으니 ‘알아서 먹을 걸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하는 것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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