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침묵 기독인, 북주민 무슨 낯으로 만날지…”

▲ 15일 명동성당 별관에서 열린 ‘북한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기도회’

15일 오후 2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서울평협)에서 주최하는 ‘북한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기도회’가 명동성당 별관 꼬스트홀 소성당에서 10번째로 열렸다.

이날로 1주년을 맞이한 기도회에는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 북한민주화포럼 이동복 대표,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 조철권 전 노동부 장관, 서강대 박홍 이사장 등 천주교 인사들과, 서울 각 교구 신도 60여명이 참석했다.

서울평협 민족화해분과 김현욱 위원장은 미사에 앞서 “지난 6월 명당성당에서 가졌던 ‘북한의 신앙자유와 6.25 순교자 현양을 위한 특별기도회’는 서울평협에서 시작한 북한인권을 위한 기도회가 이룬 역사적 성과”라며 “가톨릭 교회가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 문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날 기도회에서는 김문수 의원, 탈북자 김태산씨, 신성택 핵 전문가 등이 강사로 나서 북한의 인권과 핵문제를 강의한 후, 변기영 신부의 집전으로 미사를 올렸다.

▲ 기도회에 참석한 가톨릭 신자들.

김의원은 지난 8월 11일 국회에 제출한 북한인권법 내용을 소개하고, 가톨릭 신자들이 힘을 모아 법안 통과에 힘써줄 것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기는 했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반대로 통과는 커녕 논의조차 어려운 형편”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교회와 가톨릭계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인권법 통과 위해 종교계 나서야

그는 “미국의 북한인권법도 기독교, 가톨릭 신자들이 상하원 의원에게 압력을 가함으로써, 만장일치 통과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이라며 “한국의 종교계도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해 의원들을 모니터링하고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세례를 받고 가톨릭에 입교했다는 탈북자 김태산씨는 “세례식 할 때의 십자가와 성경 구절을 김일성 사진과 10대원칙으로 바꾸면 노동당 입당식과 똑같았다”며 북한 수령절대주의의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김씨는 “8살 때부터 공개총살을 본 후 1년에 몇 번씩이 그런 광경을 목격했다”며 “정치적 권리도 없고, 경제적, 문화적 자유도 없는 그런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북한 인권상황의 절박함을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북한의 인권문제를 외면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며 반문하고 “바다 건너 미국, 프랑스, 독일 사람들도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자고 부르짖는데 대체 이 나라의 정치인들과 학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종교인들에게도 북한 사람들에게 신앙을 전하고, 인간답게 살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며 “북한에 다녀와서는 종교의 자유가 있고, 교회가 있다는 둥 엉뚱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정말 종교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미사를 마친 후 명동성당을 돌며, 북한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기도를 이어갔다. ‘북한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기도회’는 북한문제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청, 매달 셋째 주 목요일마다 열린다.

서울평협 민족화해분과 김현욱 위원장 인터뷰

▲ 서울평협 민족화해분과
김현욱 위원장

‘북한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기도회’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서울평협 민족화해분과 김현욱 위원장을 만나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종교계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김 위원장은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금도 국제관계와 관련된 연구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 ‘북한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기도회’를 처음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원래 해외동포,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컸다. 지난 93년부터 3년간 중국에 교환교수로 가 있으면서 탈북자들도 만나고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더욱 깨닫게 됐다. 중국에 머물면서 선교활동 등 탈북자 돕는 활동도 진행했다.

북한의 인권과 신앙의 자유, 민주화는 하나의 수레바퀴라고 본다. 인권과 종교의 자유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북한인권개선에 대한 국제사회 움직임 활발한 가운데에서도 한국 교회는 침묵만 지키고 있다. 그래서 평신도들을 중심으로 처음 이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 ‘기도회’ 외에 다른 활동을 하고 계신 것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1주일에 두 번씩 성당의 기도회나 모임을 돌아다니며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 신앙 자유화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고 있다. 지난 7월 있었던 프리덤하우스 주최 북한인권대회에도 가톨릭 대표로 갔다 왔고, 작년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될 때도 로비활동을 벌였다.(국회 외무통일위원장 출신인 김 위원장은 아직도 미국에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다)

평신도협 차원에서는 솔직히 일반 사람들이 운영을 하는 것이다 보니 한달에 한번 기도회를 여는 것만으로도 좀 벅차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계속해서 기도하고 있는 중이다.

– ‘기도회’에 대한 가톨릭계의 반응은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인해 아직도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들이 많다. 그래도 북한인권상황의 심각성이 전해지면서 신앙의 자유, 인권문제를 해결하자는 의견들이 많이 높아지고 있다. 기도회에도 점점 많은 신도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계신다.

– 북한인권개선과 민주화, 신앙의 자유를 위해 가톨릭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크리스찬이 북한인권과 탈북자 문제를 위해 기도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지금 침묵하는 수많은 종교인들은 통일 이후 북한의 기독교인들에게 분명히 심판받을 것이다.

동독의 민주화에서도 서독의 기독교 신자들이 베를린 장벽을 돌며 기도를 한 신앙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믿는다. 처음에는 몇 십 명밖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수 백만 명이 모여 동독의 신앙 자유를 위해 기도했다. 우리도 북한의 민주화와 신앙의 자유를 위해 그러한 힘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 정치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국회가 북한인권개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북한인권법을 발의한 김문수 의원님이 오늘 참석하셨다. 이러한 법안의 통과야말로 우리나라 국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아까 설명하셨다시피 법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이런 법안이 제출됐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 북한의 주민들이나 한국 여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나도 법안 통과를 위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적극적으로 후원할 것이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