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무성 “해당조치 취할 것”..전문가 반응

북한이 17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의 동향을 주시하며 해당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 국내 전문가들은 추가 핵실험이라는 대미(對美) 경고 메시지라고 풀이했다.

또 1차 핵실험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통과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한(19일)에 맞춰 북한의 강경 입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핵보유국으로서 북.미 양자회담을 하겠다는 북한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호소하는 미국의 입장차가 커 당분간 대결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미국의 반응을 좀 더 지켜보고 한 박자 쉬어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협상 국면으로 돌리기 위해 중국의 중재역할이 중요하며 남한 정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 = 2차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으로서 위치를 대내외에 공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을 향해 군사적 도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북한은 핵실험 후 미국과 양자협상을 기대했지만, 이는 북한 자체의 논리일 뿐이었다. 핵실험 후 국제제재의 강도가 높아졌고 대외 입지가 훨씬 좁아졌다.

북한은 또 미국이 평양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의 태도 변화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고 북한이 2차 핵실험 쪽으로 가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 돼버렸다.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더욱 강한 대북제재에 나설 것이 뻔하다.

북.미 양국은 각기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면 양자회담에 나올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고, 미국은 이 경우 북한에 대화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6자회담 재개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려 들 것이다. 결국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일단 급박한 위기로 가지 않도록 주변국,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국이 평양에 특사를 파견하고 러시아가 중재국으로 나서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중국이 자리를 마련한 뒤 회담에서 빠지는 ‘북.미 양자회담 성격을 띠면서도 양자회담이 아닌 형식’도 가능하다. 남한 정부는 현재 (북.미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이라 역할이 제한돼 있다. 협상 국면이 되고서야 남한 정부가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 라이스 국무장관이 19일 서울에 도착하기 전 시점에서 나온 발표다. 미국이 대북 압박을 가하거나 남한과 중국에 안보리 결의안 적극 동참을 촉구할 것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만약 계속 압박을 가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인데 ‘해당조치’는 2차 핵실험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일종의 ‘액션'(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당분간 대립 국면이 불가피하다. 이번 외무성 성명은 대화 여지보다는 압박에 대한 반발, 물리적 조치를 과시하는 내용이다.

현재로서는 중국이 어떤 안(案)을 만들 것인지가 관건이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회초리’를 갖고 서울에 올 것이고, 북한은 경고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 상황이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다. 당장 대화가 이뤄지기는 어렵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한다. 당분간 북.미 양국이 ‘행동 가능성’이 있다는 ‘말 싸움’을 지속할 전망이다. 지금은 자신의 패를 강하게 보이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역할에 의한 6자회담 재개가 불투명하다. 추가 핵실험 시점은 라이스 장관의 동북아 순방, 이후 중간선거까지 열려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 미국을 향해 ‘핵확산’이냐 ‘협상’이냐 선택을 촉구, 압박하는 성명이다. 북한은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로 (수세에) 몰려 있다.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1차 핵실험 때는 상징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얻으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2차 핵실험을 하면 실질적인 핵보유로 인식된다. 이 경우 관련국들이 긴장하고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와 봉쇄로 갈 수 밖에 없다. 북한은 이 시점에서 곧바로 상황 악화로 가기보다 ‘핵보유로 갈 수 있다’는 메시지로 미국을 압박해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성명을 냈다는 것은 추가 행동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국을 압박, 원래 의도했던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원래 의도했던 바는 미국으로부터 대북 적대정책을 안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었는데 현재 의도와 거꾸로 가고 있다.

2차 핵실험으로 실질적인 핵보유의 길로 들어서면 주변국이 방관할 수 없는데, 그런 부담을 감수하면서 핵실험을 강행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협상을 모색하고 한 박자 쉬겠다는 의도가 짙다. 북한은 거듭 미국의 태도 여하에 달렸음을 강조하고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당한 핵실험이기 때문에 미국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며, 미국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대화 또는 추가 핵실험으로 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당장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는 어조지만 미국의 반응을 보고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다. 북한으로서는 안보리 결의안 채택 후 최초 반응을 정리하고 미국에 경고를 보낼 필요도 있었다.

북.미 양국은 현재의 대립으로 얻을 것이 없다. 북한은 제재 속 ‘벼랑끝 전술’을 통해 얻을 것이 없고 미국도 대북 제재를 통해 얻을 것이 없다. 그렇지만 북.미 대립과 교착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셔틀 외교’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2002년 2차 북핵위기가 터지고 2003년 중국에 의한 3자회담에 이어 6자회담이 개최됐다. 중국이 대화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