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군인 군량미도 부족해 벼이삭까지 도둑질

북한 협동농장에서 ‘낟알털기(탈곡) 전투’가 한창인 가운데 군인들이 탈곡장으로 운반하기 위해 쌓아 놓은 볏단에서 벼이삭만 잘라 훔쳐가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고 내부소식통이 22일 전해왔다. 


온성군 소식통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농장 인근 부대에서 하전사들이 야밤에 농장에 침투해 벼이삭만 도둑질하는 행위가 빈번해져 농장관리위원회와 군부대의 마찰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위원회의 신고를 받은 부대 정치부와 보위부가 범죄자 단속을 약속했지만 수사에는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통상 10월 중순부터 가을전투(벼 베기)를 진행한다. 11월 초부터는 논바닥에 쌓아 놓은 건조된 볏단을 탈곡장으로 옮겨가 낟알 털기(탈곡)를 시작한다. 이후 정미과정을 거친 다음 군부대가 농장에 들어와 지정된 군량미를 받아간다.  


그런데 농장 인근에 주둔한 군부대 병사들이 개별적으로 야밤에 벼이삭을 훔쳐 장사꾼에 넘기거나 부대에 은닉하는 일까지 발생하자 관리위원회에서는 ‘군량미도 부족해 도둑질까지 하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 


소식통은 “한창 때의 젊은 군인들이 부대 급식량이 줄어들자 이제는 벼와 강냉이까지 손을 대고 있다”면서 “수년 전부터 이런 일이 조금씩 있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대규모로 절도를 해 문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렇게 도둑질한 벼이삭은 자체 탈곡을 거친 다음 장사꾼들에게 넘겨준다. 장사꾼들은 다시 정미되지 않은 벼를 농장원들에게 팔고 있다. 농장원들은 벼로 분배받기 때문에 지역 제분소(정미소)에서 벼를 정미해도 의심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당하게 분배 받아야 할 식량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 김정은이 군민관계 강화를 지시한 상황에서 농장관리위원회의 신소가 제기되자 해당 군부대도 당황하고 있지만, 부대원들을 색출해 처벌하는 것도 난감해 하고 있다. 일단 군부대는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해 도둑질을 한 병사들은 계급 강등이나 구류장에 억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한편, 평안남도 온천군에서는 11월 초에 야간에 농작물을 습격한 병사가 농장을 순찰 중인 농장원을 구타해 중태에 빠트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농장원들은 “군량미와 애국미를 바치고 나면 먹을 것도 없는데 벼이삭까지 잘라가면 우린 북데기(껍질)만 먹으라는 거냐”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