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강석주, ‘북미회담’ 나서나

“아직까지 누가, 어디서의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다.”
한 정부 고위 소식통은 18일 장기 교착상황인 북핵 문제의 향방을 좌우할 이른바 ‘북.미회담’과 관련해 양측의 수석대표로 누가 나설지, 그리고 회담은 어디서 열리게 될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미회담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은 회담의 성격을 좌우하는 핵심적 사안(수석대표와 장소)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날 미국 정부가 북.미 간 양자대화와 관련해 ‘장소는 제3국에서, 참석자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으로 할 것을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북핵 현안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강석주 부상이 참여할 경우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평양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심 외교참모인 강석주 부상의 참여가 미국측이 요구하는 핵심 사안이라는 얘기다.

강석주 부상은 90년대 1차 핵위기 당시 진행된 북.미간 고위급회담(제네바회담)을 통해 영변 핵시설 해체를 조건으로 경수로 2기와 상당양의 중유 지원을 이끌어낸 노련한 외교관이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이 진짜 통큰 협상을 원할 경우 강석주 부상같은 실세가 등장하길 원하고 있다”면서 “그래야 핵폐기를 전제로 안보 및 경제지원을 일괄적으로 협상하는 포괄적 패키지안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북한은 화려한 평화공세 속에서도 강석주 부상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미국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평양에 갈 경우 강석주 부상과의 회담은 물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면담도 보장받으려 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북한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학술회의 참석을 명분으로 방미 길에 오를 북한의 6자회담 차석대표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공식적으로 이달 26∼27일 열리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리 국장이 현지에서 성 김 북핵특사와 만날 경우 북.미회담의 개최장소와 대표 등 현안에 대한 절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리 부국장의 미국 방문이 마무리된 이후 11월 중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이 시작되는 시기 사이에 북.미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소식통은 “양측의 기세를 감안할 때 북.미 회담은 11월 중순 이후에나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양측이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으며 그 기세가 자못 거세다는 게 이 고위소식통의 전언이다.

결국 북.미회담을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과 성격이 어느 정도 조율되고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의중이 개입돼야 북.미회담이 평양이든, 제3국이든 열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