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美 연쇄접촉, 6자회담 재개 모멘텀 탄력받나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68차 유엔총회에서 북한 대표가 전제조건 없는 한반도 비핵화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평양방송이 28일 전했다. 북한 대표는 지난 21일 유엔총회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떠난 박길연 외무성 부상인 것으로 보인다.


방송에 따르면 북한 대표는 지난 26일 비동맹그룹 주도로 열린 핵군축에 관한 유엔 고위급회의 연설에서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향하는 것은 우리의 변함 없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조선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은 우리 공화국 정부의 시종일관한 입장”이라면서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고 남조선을 포함한 조선반도 전역을 핵무기 없는 지대로 만드는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의 최종 목표”라고 강변했다.


또 그는 “전략적 우위 확보를 위한 핵군축 발기나 일방적인 핵억제력 포기 요구로는 핵군축에서 아무런 진전도 기대할 수 없다”면서 “핵군축을 실현하는 데서 세계 최초의 핵무기 사용국이며 최대 핵보유국인 미국이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8일 중국 주최로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반관반민 회담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할 의사가 있다”면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어떤 전제조건도 붙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과 중국은 최근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고 있으나 과거 북한의 일방적인 비핵화 약속 파기 등의 이유로 한국과 미국은 진정성 있는 북한의 사전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한미 외교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유엔 본부에서 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담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6자회담의 재개에 앞서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성의있고 가시적인 조치를 먼저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에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양국이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말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25일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비핵화 관련) 진정성을 여전히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미국 국무부도 지난 18일 전제조건 없이 대화에 응하라는 북중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먼저”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한미의 이러한 원칙적인 입장에도 미중, 미북 간의 비핵화 관련 접촉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어 6자회담 재개 모멘텀이 탄력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비핵화에 대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한미가 북중의 6자 재개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마냥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합리적인 요구도 마땅히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27일 밝혔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요구를 미국이 받아드려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뉴욕에서 열린 중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설명해 달라는 기자 질문에 “조선반도의 핵 문제에 대해 쌍방은 모두 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데 동의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왕 부장은 또 “미국과 북한이 더욱 직접적인 접촉을 갖고 9·19공동성명으로 돌아가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해 반도문제가 진정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도 미국에 밝혔다.


앞서 스티븐 보즈워스 전(前)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와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상 부상도 25, 26일 이틀간 독일 베를린에서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 및 핵 개발 문제를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담을 마친 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회담 참석자들이 밝혔다고 일본 TBS가 보도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중, 중미, 미북 등 비핵화 관련 주요 인사들의 접촉이 잦아지면서 향후 6자회담이 재개될지 주목된다”면서 “한미는 외형적으로 북한의 ‘先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당장 6자 재개가 이루어지기 어렵겠지만 6자회담 관련국들의 연쇄 접촉과 북중의 적극적인 행보로 6자회담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