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둘리는 대학생 되는 것이 싫었다”

남한에서 ‘보수 대학생 단체’는 굉장히 낯설다.


지금까지 대부분 대학생 단체들이 진보적 성향을 띄면서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때문에 ‘대학생 단체’하면 ‘진보적’ ‘투쟁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지난 8일 프레스센터에서 변종국(연세대 정외과 4년) 회장을 필두로 한 보수 대학생 단체 ‘한국대학생포럼’이 비전선포식을 열면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그가 이처럼 ‘보수’라고 불리는 대학생 단체를 결성하고 ‘보수’의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대학생인 그가 생각하는 ‘보수’와 ‘진보’는 어떤 것일까? 데일리NK는 지난 10일 신촌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보수’성향의 대학생 단체는 보기 드물다. ‘한국대학생포럼’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지성인이라고 불리는 대학생들이 사회에 휘둘리는 것이 싫었다.


군 입대 전의 이야기다.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당시 국회의원)가 북한인권 강연을 위해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한총련에서 찾아와 김 지사의 강연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인권’을 중시하는 단체가 왜 북한인권 강연을 방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단지 “언제부터 한나라당이 북한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졌느냐”라는 정치적인 발언을 할 뿐이었다. 이때부터 한총련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을 비판하는 담론들도 찾아가며 들었다. 그러자 자연히 한총련이 내부적으로 모순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내게 한총련 비판론은 설득력이 있게 다가왔다.









▲’한국대학생포럼’ 변종국(연대·정외 4)회장. 목용재 기자

군 전역을 앞둔 시점에서는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시기였다. 당시는 군인 신분으로서 촛불시위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촛불시위 관련 내용들을 살펴보니 한쪽의 의견이 모든 사람들의 여론인 것 마냥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더욱이 대학생들은 사안의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고 여론에 휘둘리고, 끌려 다닌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때문에 대학생이 지성인답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도 그렇다. 만약 그 문제에 대해 직시했다면 이 문제를 들고 나왔을까?


이런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대학생 사회활동의 깊숙한 이면에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때문에 “시위를 하더라도 제대로 알고나 하자”는 취지에서 뜻이 맞는 친구들 2~4명을 모아 사회이슈에 대한 나름의 토론과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그 토론모임이 현재 ‘한국대학생포럼’의 모체이다.


– ‘보수’ 대학생 단체로서 ‘한국대학생포럼’의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각에서는 우리를 ‘극우’ ‘뉴라이트의 자식’ ‘친일파의 후손’ 등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뜯어보면 우리 단체 안에는 보수·진보 성향의 학생들이 함께 뒤섞여 있다. 보수·진보 학생들이 모여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과 활동이 필요한가?’ 라는 한 가지의 주제를 놓고 고민과 활동을 하다 보니 자유주의, 민주주의, 경제성장 등을 중시하게 됐고 이 같은 요소들이 우리 단체에 ‘보수’라는 간판을 걸게 한 것이다. 우리 단체는 성향에 구애 받지 않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학생들의 모임으로 봐주면 감사하겠다.


– ‘한국대학생포럼’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성향은 어떤가?


보수성향의 학생들은 물론이고 진보정당에서 일을 했던 진보성향의 친구들도 굉장히 많다. 이들은 단순히 ‘보수 대학생 단체’에 대한 호기심에 찾아온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포럼 내에서 구성원들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토론과 활동을 벌이면서 “‘한국대학생포럼’이 보수담론에 갖힌 단체가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주제 하에 활동하다보니 필연적으로 주변에서 ‘보수’라는 이름을 붙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 단체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성향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대한민국의 발전’이다. 


– 굳이 성향을 나누지 말라고 했지만 ‘보수’와 ‘진보’에 대한 판단기준이 궁금하다.


진정한 보수라면 만인에게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진정한 보수는 개혁이 필요할 때, 스스로 먼저 실천하면서 만인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점진적인 개혁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진정한 진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인정할 줄 알아야한다. 즉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기준으로 그 틀 안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 때문에 종북, 친북주의자들은 진보라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보수든, 진보든 기본적인 마인드는 ‘애국’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대학생포럼’의 변종국 회장은 ‘보수’보다는 ‘대한민국의 발전’에 더 무게를 두었다.


변 회장은 “‘한국대학생포럼’을 굳이 ‘보수’ ‘진보’의 이분법적 성향으로 나누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면서 “단지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건설적인 고민과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모임으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변 회장은 “앞으로 ‘한국대학생포럼’활동을 점점 확대해 나갈 것”이라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세미나 외에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복지관들과 연계해 정기적인 봉사활동 계획도 마련 중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