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육로 방북’ 이례적…민관갈등 유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10일 오후 방북이 여러모로 화제다. 북한에 134일째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에 대한 석방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측면과 더불어 그의 방북 경로가 막혀있던 ‘육로’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또 다른 관심꺼리다.

북한은 작년 12월1일부터 개성공단을 출입하는 경우라도 경의선 육로 통행 시간대를 방북의 경우 오전 9,10,11시 등 하루 3차례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현 회장이 오후 시간대에 평양까지 육로를 통해 방북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평가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현 회장은 이날 군통신망을 활용한 남북간 별도의 통행 허가 절차를 거쳐 평양으로 직행했다. 허가된 시간대가 아닌 시점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을 제외한 지역의 육로 방북 허가는 의외라는 것이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그동안 남북정상회담 조율 등을 위한 ‘밀사’의 방북 때 보안 문제를 고려, 판문점을 거쳐 육로 방북을 하게 한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장관급 회담 등 당국간 회담을 위해 평양을 찾을 때는 대부분 서해 직항로를 이용하거나 중국을 경유해 방북해야 했다.

북측이 우리 측 당국자에게 육로 평양행을 허용한 사례는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 일행의 방북과 그해 12월 대북 설비제공 문제 협의를 위한 외교부 당국자들의 방북 등이 거의 유일하다.

또 민간인 중에서는 현대아산 사장 출신인 김윤규 아천글로벌코포레이션 회장 등 몇몇 인사들만이 ‘특혜’를 누렸다.

게다가 북한은 작년 ‘12·1 조치’에서 각종 교류협력 사업과 경제거래를 위한 남측 민간단체 및 기업인(개성공단 관계자와 금강산 관광지구 시설 관리인력 제외)의 육로통행을 차단한다고 선언했음을 감안할 때 현 회장의 ‘육로 평양행’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때문에 단순히 막대한 현금을 지원한 현대가(家)에 대한 ‘배려’ 차원을 넘어선 예우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측의 조치가 남북간 민간교류는 당국간 교류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북한이 이명박 정부와 민간 대북단체 등과의 갈등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민-관 갈등을 유발시키는 대외 선전용 성격이 짙다는 관측도 낳는다.

이는 최근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이어가면서 대북정책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최근 8·15광복절을 즈음해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친북단체 등이 대북정책 전환을 적극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 이날 민주노동당은 현 회장의 방북에 대해 “북측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이명박 정부 대신 현대아산 측에 방북을 요청한 것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심각하게 자성해야만 할 것”이라며 “스스로 통현봉이를 자처하고 있는 한심한 정부가 아닐 수 없다”고 논평했다.

이어 “정부가 한 발 뒤로 빠져서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할 때 오히려 민간기업이 당사자로 나서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을 보며 국민들은 정부에 대해 한심한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다”며 대북정책의 전면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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