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됐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박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 탄핵소추 의결 이후 92일 만이다.
헌재는 박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를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대통령의 권한남용▲언론 자유 침해▲생명권 보호의무 위반▲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등 5가지로 정리해 심리했다.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 중 박 대통령이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형사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우선 헌재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사익 추구를 지원하고, 이를 위해 위법을 행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에게 국가 정책 문건을 유출했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모금에 관여했으며 최 씨의 지인 업체인 KD코퍼레이션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행위는 최서원(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서원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이어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최성원의 이권 개입에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대통령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헌재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그런데 대통령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다”면서 “그 결과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박 대통령의 이러한 위헌, 위법행위는 대의민주주의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다”면서 “박 대통령이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고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등 법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박 대통령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다”면서 “박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강조했다.
◆ 朴 공무원 인사 개입·언론자유 침해 여부 명확치 않아…탄핵사유 인정 안 돼
다만 헌재는 박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해 공무원 인사에 개입했는지 여부,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는지 여부 등은 명확하지 않아 탄핵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문화체육관광부 노 국장과 진 과장이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라 문책성 인사를 당하고, 노 국장은 결국 명예퇴직했으며, 장관이던 유진룡은 면직됐다”면서 “대통령비서실장 김기춘이 제1차관에게 지시하여 1급 공무원 여섯 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그 중 세 명의 사직서가 수리된 사실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 사건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대통령이 문체부 노태강 국장 등이 최순실의 사익추구에 방해되었기 때문에 인사했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면서 “또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면직된 이유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6명의 (문체부) 1급 공무원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은 이유 역시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언론의 자유 침해에 관해서도 헌재는 “세계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사실과 대통령이 이러한 보도에 대하여 청와대 문건의 외부유출은 국기문란 행위이고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하며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헌재는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하였는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이 관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헌재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서도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박 대통령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대통령 직책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탄핵심판 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한다. 직무정지 상태였던 박 대통령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대통령직에서 파면된다. 이에 따라 당분간 국정 운영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맡는다. 차기 대선은 오는 5월로 확실시 됐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이날 판결 전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라면서 “오늘의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 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