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對北정책 ‘협력기조’大전환시동

북핵 ‘2∙13 합의’ 이후 미북, 남북관계가 본격적인 화해무드로 급변하자 한나라당이 기존의 대북강경 정책의 대폭 수정을 예고하고 나서 향후 입장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북정책 전환을 준비중인 당 테스크포스팀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수용, 대규모 대북지원, 개성공단 지원, 평화협정 논의 수용 등 굵직굵직한 정책분야에서 대폭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대북지원 전면중단 등 대북 압박을 촉구해온 한나라당은 ‘2·13합의’와 ‘미북관계정상화’ 움직임에 따라 대북정책 기조변화의 필요성이 당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해온 범여권과 민노당은 ‘2·13합의’ 이후 한나라당을 향해 ‘냉전세력’ ‘전쟁세력’이라는 용어를 동원해 맹공격했다. 한나라당의 핵폐기 우선과 대북 상호주의 원칙이 화해협력을 가로막고 있다는 논리를 동원했다.

당내에서도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미∙일 등 주변국들이 모두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만 강경노선을 유지한다면 자칫 ‘반 통일세력’ ‘전쟁세력’으로 낙인 찍혀 대선패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무엇보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화해국면으로 달려가는 한반도 정세에 발을 맞추지 못할 경우 ‘수구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의 대결과 대립의 대북 강경기조를 탈피, 북핵폐기와 상호주의 원칙은 고수하면서 민족화해와 평화협력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절충된 입장이 나오게 된 것.

당내 대북 정보통인 정형근 최고위원과 외교∙안보 전문가로 손꼽히는 송영선 의원을 중심으로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새로운 대북정책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기조의 대북정책은 3월말이나 4월초 나올 예정이다.

우선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대선용’이라며 무조건 반대를 주장했던 과거와 달리 ‘개최 필요성 공감’이라는 전향적 의견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진하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무르익는 상황에서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보다는 의제와 투명성, 뒷거래 등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의 ‘악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이다.

대북지원에 대해서도 유연한 태도가 예상된다.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반대가 아닌 ‘상호주의’에 입각해 투명성과 검증방법을 명확하게 하자는 주장이다.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와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을 병행할 것을 주문할 예정이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쌀을 비롯해 인도적 지원은 얼마든지 해야 한다. 개성공단과 평양에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는데 그것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면서 “대북지원과 관련해 몇 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접촉 및 대북교류 부문에서의 변화 기류도 읽혀진다. 당 차원이나 한나라당 의원 자격의 방북을 공식적으로 허용치 않았던 방침을 수정, 4월부터 의원들의 방북을 당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다.

이는 북한과의 대화 채널이 단절되어 있는 조건에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 당내에서는 집권 이후 대북관계에도 신경 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정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평화체제’ 논의에 있어서도 그 동안의 소극적 자세와는 달리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미국과 선(先) 협상 및 국가보안법 철페를 고집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되지만, 경제적 지원을 매개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대북정책 전환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지만 곳곳에 난관도 적지 않다. 김용갑 의원 등 당내 보수파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다른 정당들로부터 정략적 태도변화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한 여권이 추진해온 ‘햇볕정책’과 큰 차별성이 없다. 굳이 나누자면 ‘퍼주지 말자’는 수준이다. 북한이 2·13합의를 충실히 지키고 완전한 핵폐기를 약속하지 않은 조건에서 정책 수정은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최악의 상황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핵폐기 원칙을 분명히 하고 ‘포용’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감성적이고 정략적, 즉흥적인 접근에서 (대북정책 변화가)비롯된 것이라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평화공세’에 대해서는 ‘북핵과 인권’ 문제가 평화의 직접적 위협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만약 ‘북풍’을 고려하는 것이라면 이는 북한의 전략에 따라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도 “북핵 ‘2∙13 합의’ 이후 북핵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은 상황에서 공당으로서 상황변화에 따라 신축적 모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대선을 겨냥한 정책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여권과 좌익세력의 ‘평화공세’나 ‘반통일세력’ 공격이 두려워 북한인권 문제나 북핵문제 제기 없이 ‘임기응변 식’ 모습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 기조 변화가 북핵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이 없는 가운데 단지 다가올 ‘북풍’에 따른 일시적 전략수정이라면 ‘정책정당’이라는 이미지도, 정부와 여권의 외교∙안보 정책 부재로 인한 반사 이익도 모두 잃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