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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입단속’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6자회담이 열리는 날까지 한국과 미국에서는 누구도 ‘폭정의 전초기지’를 말해서는 안 된다. 자기가 좀 높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포문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열었다. 반 장관은 21일 이라크 재건 국제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하러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 관리들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유감을 표명했다. 반 장관은 브뤼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면 “이 같은(발언자제)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거들고 나섰고, 남한 민화협과 민간단체들도 미국에 유감을 표명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들의 주장을 듣다 보면 그 동안 미국의 ▲여러 고위 관리들이 ▲수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다분히 공격적인 의미로써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해왔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 북한’을 미국이 자꾸 건드려 왔으며, 그것이 6자회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은 “과연 미국에게 6자회담 복귀의 재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어쨌든 라이스 장관이 반 장관과의 면담에서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유념하겠다”고 답변한 만큼 사태는 어느 정도 봉합되었지만, 북한의 주장에 그대로 속아 ‘미국책임론’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이를 문답식으로 살펴보자.
문)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말은 라이스가 최초로 했나
답) 아니다.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라는 표현은 지난 1월 18일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준청문회에 등장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라이스 지명자는 모두발언에서 “세계에는 ‘폭정의 전초기지’들이 남아있으며 미국은 쿠바와 미얀마, 북한, 이란, 벨로루시, 짐바브웨 등의 억압받는 사람들 편에 서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폭정의 전초기지’는 라이스의 발언 이전에도 서방세계에서 독재국가들을 이를 때 종종 사용되었던 표현이다. 2003년 11월 6일 미국 민주주의 기부재단(NED) 20돌 기념식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압제의 전초기지(outposts of oppression)”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북한 • 쿠바 • 미얀마 • 짐바브웨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문) 라이스는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말을 되풀이해왔나?
답) 아니다.
북한이 라이스의 ‘폭정의 전초기지’를 문제 삼으면서 지난 몇 개월간 끈질기게 “취소하고 사과하라, 그렇지 않으면 6자회담 참가 안 한다”고 버텨왔으니, 라이스가 이 말을 여러 번 반복한 것처럼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 라이스의 입에서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말이 나온 것은 공개석상으로는 인준청문회 한번뿐이다.
그 이후 라이스의 발언은 기자들이 “아직도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대답한 것들이다. 그것도 직설적으로 ‘그렇다’고 말하지 않고 “나는 진실을 말했다”(2월 11일, 유럽과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내가 진실을 말했다는데 추호의 의심이 없다고 생각한다”(3월 12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는 식으로 ‘진실’을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은 3월 이후에는 ‘폭정의 전초기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없었는지 외부에 관련 발언이 전해지지 않다가 6월 1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묻자 “북한 정권의 성격은 자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문) 라이스 이외의 고위 관리 가운데 ‘폭정의 전초기지’를 말한 사람은?
답) 폴라 도브리안스키 국무부 차관뿐이다.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한성렬 차석대사가 “앞으로 한 달간 미국이 ‘폭정의 전초기지’를 말하지 않으면 된다”면서 그 급(級)을 “디트러니 대북특사 이상”으로 규정했는데, 디트러니 이상의 고위 관료 가운데 공개적으로 ‘폭정의 전초기지’를 이야기한 사람은 도브리안스키 차관뿐이다.
도브리안스키는 6월 20일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미국의 사명 :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 전략’이라는 세미나에서 북한, 미얀마, 짐바브웨, 쿠바 등을 ‘폭정의 전초기지’라 했다.
미국 국무부는 장관과 부장관 밑에 여러 명의 차관(Under Secretary)을 두고 있다. 정책담당, 경제 • 기업 • 농업 담당, 군축 담당 등 4~6명이 담당영역을 두고 일한다. 도브리안스키의 정식 직책은 ‘Global Affairs 담당 차관’인데, 세계적 범위의 인권, 노동, 환경, 난민, 여성문제가 관할 영역이다.
인권과 민주주의에 관련한 국제문제를 담당하고 있으니 도브리안스키가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했다고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매년 미국 국무부는 전세계 국가들의 인권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고 있는데 북한을 늘 ‘최악의 국가’로 분류되어 왔다. 이것도 도브리안스키의 업무 가운데 하나다.
특히나 이번 도브리안스키의 발언은 공식 브리핑이나 회담장 같은 데에서 한 말이 아니라 민간연구소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학술적 견지에서든 정치적 차원에서든 이런 발언을 했다고 전혀 잘못될 것이 없다.
도브리안스키 말고 간접적으로라도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한 사람을 기어이 찾아내자면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정도이다.
힐은 주한 미국대사 시절 “북한이 라이스 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문제삼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사실’을 말하는 것은 때로는 불편할 수 있겠지만 미국은 앞으로도 북한 정권의 본질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4월 6일, 평화네트워크 주최 토론회)이라고 답변한 적이 있다.
문) ‘폭정의 전초기지’는 체제를 전복하겠다는 표현인가?
답) 아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나는 철수, 동호, 민식이, 현식이를 ‘나쁜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반장 후보인 영희에게 앞으로 학급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니 영희는 위와 같이 답했다. 이것은 ‘철수, 동호, 민식이, 현식이를 급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도 아니고, ‘철수, 동호, 민식이, 형식이를 때려 패서 다스리겠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단일 인격체인 ‘개인’과 개인의 집합체인 ‘국가’를 동일선상에서 비유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월 18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비롯한 6개 국가를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한 것은 위에 비견할 수 있다.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표현에는, 라이스가 거기에 포함된 6개 국가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인식’이 담겨 있지, 그 국가들을 인정할 수 없다거나 그 국가들을 무력으로 전복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지 않다. 이것은 상식에 가까운 해석이다.
실제로 라이스 장관은 ‘폭정의 전초기지’를 언급한 후 이어지는 발언에서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발언의 앞뒤를 잘라내고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표현만을 문제 삼으면서 이것을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려는 의사’라고 왜곡하는 것은 옳지 않은 해석이다. 또 라이스는 “북한은 주권국가”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이야기한 바 있다.
문) 그래도 공직자로서 신중치 못한 표현 아닌가?
답) ‘인준청문회’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한국의 고위 공직자를 인준하기 위한 청문회도 그렇듯, 인준 청문회는 지명자의 모든 것을 검증하는 자리이다. 성장과정, 학업성적, 재산형성의 과정, 출세의 과정 등 개인적인 것은 물론이고 해당 업무에 대한 숙지 정도, 업무과 관련된 신념이나 구상 등을 낱낱이 들어본다. 미국 국무장관은 타국의 외교부에 해당하는 역할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세계 각국에 대한 인식도 들어보기 마련이다.
그 자리에서 무엇을 숨기거나 자신의 신념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은 오히려 옳지 못한 태도이다. 그래서 라이스는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줄곧 “나는 진실을 말했을 뿐”이라고 답변했던 것이다. 만약 라이스가 공식 브리핑이나 회담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청문회장에서는 이렇게 말한 것이 당연하다. 북한의 사과 요구에 대해 라이스는 “어떤 사람이 진실을 말했다고 사과한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3월 12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라고 답변한바 있다.
따라서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비판하려는 사람들은 라이스의 그 ‘신념’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해주는 것이 정석이다. 북한이 폭정의 전초기지가 아니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선정(善政) 국가란 말인가?
문) 라이스가 언급한 6개 나라의 실정은 어떠한가?
답) 심각한 인권탄압 국가이다.
인준청문회에서 라이스의 발언을 살펴보면 딱 잘라 6개 나라를 폭정국가로 지목한 것이 아니라, ‘세계에는 폭정의 잔존지역이 남아있는데 예를 들자면 이런 나라들이다’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의외였던 것은 북한, 미얀바. 쿠바, 이란을 지목한 것은 그럴 수도 있는데, 벨로루시와 짐바브웨가 포함된 것이다. 앞에 네 나라는 미국이 북한인권법(2004년), 버마자유민주법(2003년), 쿠바자유민주법(1992년), 이란민주화법(2003년) 등 그 나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원하기 위한 법까지 만들어놓고 있어 새삼스러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벨로루시와 짐바브웨에 포함된 것은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 방위적인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을 시도할 것’이라는 암시로 여겨졌다.
각 나라의 실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짧게 이야기하자면, 대체로 인권문제가 심각한 나라들이다. 어떤 사람들이 미국은 정말로 인권문제가 심각한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는 우방이라는 이유로 ‘폭정의 전초기지’ 등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인권 ‘차별’과 ‘탄압’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인권차별(특히 여성인권) 국가임에는 분명하지만 자국민을 잔인하게 탄압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쿠바는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고 있고, 미얀마 역시 마찬가지이며, 짐바브웨는 “100살까지 대통령을 하겠다”는 무가베가 통치하고 있고, 벨로루시에는 유엔인권위원회 특별보고관 임명이 결의되어 있다.
그런데 라이스가 말한 6개 나라 가운데에서도 북한은 최악이다. 라이스의 발언 이후 벨로루시는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에 이은 도미노식 시민혁명의 조짐이 보이고, 짐바브웨는 비록 부정으로 얼룩지긴 했으나 형식적이나마 선거를 실시했고, 미얀마는 최근 아웅산 수치 여사의 연금 해제를 촉구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쿠바에서도 민주화 운동가들이 집회를 여는 모습이 세계 언론에 보도되었고, 이란도 현재 선거 중이다.
단 북한만이 전혀 요지부동이고, 공개처형 영상이 공개돼 세계인들을 경악시키고 있으며, 심지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떠드는 중이다. 오죽했으면 BBC가 ‘폭정의 전초기지’ 6개 국가를 소개하면서 북한을 “최악의 인권침해국”이라고 했을까.
라이스는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인상을 구체적으로 묻는 질문에 “공포사회” “이웃나라들의 골칫거리” “매우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사회” “굶주림과 압제라는 측면에서 가장 절망적인 주민들”이라는 표현을 쓰며 심각성을 이야기했다.
[출처:중앙일보] |
문) 그렇더라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옳지 않을까?
답) 일부러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겠지만 북한의 진실을 감춰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이 있자 6개 국가들은 나름대로 항의 표시를 했다. 벨로루시는 “잘못된 편견은 국가간 관계에 대한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허약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대통령과 외교부가 성명을 발표했고, 쿠바, 짐바브웨, 이란 등도 다소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나라도 있으나 역시 말로써 몇 차례 대응하는 정도에 그쳤다.
유독 북한만이 지금까지 ‘폭정의 전초기지’를 문제 삼으면서, 오히려 그것을 계속 상기시켜 주고 있다. 라이스보다는 북한이 스스로 ‘폭정의 전초기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꼴이다. 나머지 5개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꽤나 얄미울 것이다. 세계인들의 생각에서 빨리 잊혀졌으면 좋을 표현을 북한이 계속 반복함으로써 덩달아 자신들도 거론되고 있으니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라이스가 1월 18일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표현을 사용한 후 다른 5개국은 즉각 반응을 했는데 북한은 한동안 잠잠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첫 반응은 내부에서 나오지 않고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로 시작했다. <조선신보>는 “‘테러와의 전쟁’과 ‘악의 축’만 갖고는 세계를 납득시킬 수 없어 꾸며낸 말”(1월 23일, 조선신보 인터넷판)이라고 했다.
북한 내부의 첫 반응은 2월초 주간지 <통일신보>를 통해서였는데 “미국이야말로 유엔이 반대하는 침략전쟁을 일으키고 인권을 유린해온 장본인”이라는 식이었다. 두 차례 모두 감정적인 반발을 하기는 했으나 그것을 6자회담과 연계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다 2월 10일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발표했다.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거부를 선언한 이른바 ‘2.10성명’이다. 여기서 북한은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하다 못해 ‘폭압정권’이라고 하면서 전면 부정해 나선 조건에서 미국과 회담할 명분조차 사라졌으므로 우리는 더는 6자회담에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또 3월 2일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 “미국은 응당 ‘폭정의 종식’ 발언에 대해 사죄하고 이 발언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뒤 북한은 줄기차게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라이스가 발언하고 한 달 동안 북한은 무엇을 했던 것일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놓고 매파와 비둘기파가 논쟁이라도 벌인 것일까? 그래도 보통 며칠이면 될 것을 갖고 북한은 한 달이나 시간을 끌었다.
6자회담 거부 명분을 찾고자 했는데 걸려든 게 없으니 한 달 전 청문회 발언까지 끌고 나와 문제 삼은 것이다. 결국 북한의 ‘폭정의 전초기지’ 시비는 6자회담에 참석하지 않기 위한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다.
이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북한의 진실까지 외면해 가면서, 게다가 신념을 솔직히 말하는 청문회 자리에서 한 발언에 대해 라이스가 사과나 철회를 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마 앞으로 수십 번을 기자들이 물어도 라이스는 이런 신념을 철회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문) 그럼, 이번 반기문 장관과 여당 정치인들의 발언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답) 어리석은 행동이다.
정동영-김정일 회동으로 잡은 6자회담 재개의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북한의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요구 – 앞으로 한달 동안 ‘폭정의 전초기지’를 말하지 말라는 식의 – 를 그때그때 들어주면 북한의 습관을 계속 나쁘게 만든다. ‘남조선은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한다’는 오판을 심화시킬 소지도 있다.
특히 라이스 발언에 얽힌 전후 맥락을 충분히 알고 있을 반기문 장관이 ‘발언자제’를 요청한 것은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반기문 장관은 4월 25일 ‘21세기 동북아미래포럼’에서 “북한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사과하고 대북적대정책을 버릴 것을 요구하는데 이는 비현실적이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또한 5월 30일 방송기자클럽 강연회에서 “미국은 북한이 요구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북한을 겨냥한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취소 요구에 대해 ‘북한은 주권국가’라고 여러 차례 말해 북한의 회담 복귀 명분을 주고 있다”며 “북한이 실기(失幾)하지 않는 게 북한의 이익에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반 장관은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정황을 잘 알고 있고, ‘북한을 주권국가라고 말해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느냐’는 식으로 이야기해 왔다. 그런 반 장관이 갑작스레 입장을 바꿔 ‘북한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식으로 나오며 ‘미국의 자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루 아침에 반 장관을 이렇게 변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덩달아 ‘미국 자제’를 촉구하고 있는 여당 정치인들도 분별이 없다. 누구 하나 나서서 “북한은 엉뚱한 시비를 걸지 말라”고 똑똑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고, 전부 ‘알아서 기는’ 식이다. 역시 김정일이 한국 정치인들보다 열 단계 정도는 술수가 높다. 그렇게 알아서 기다가 종국에는 국가까지 갖다 바칠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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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북한 정권의 마초이즘 |
DailyNK 분석팀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김송아 대학생 인턴기자 ksa@dailynk.com
이현주 대학생 인턴기자 lh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