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제4차 전원회의 이후 사그라진 용어 3가지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언제 어디서나 백두산을 안고 살 때 신념도 투철해지고 배짱도 생긴다’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싣고 ‘백두산정신’을 강조했다. 사진은 백두산 행군길에서도 화상기학습을 진행하는 답사자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작년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당중앙위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이후 북한의 정치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작년 1월에 개최된 제8차 당대회에서 결정된 김정은에 대한 ‘인민적 수령’ 칭호가 사라졌다. 4차전원회의 이후 김정은의 이름앞 뒤로 수령의 수식어가 노동신문 사설(논설,정론)이나 기사들에서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1월 6일자 정론(2022년의 새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에서는 수령론(혁명적 수령관)과 ‘수령결사옹위’를 ‘자기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 등, 글 전반적으로 수령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김정은과 수령을 확실히 연계시키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작년 같으면, 김정은 이름에 바로 수령을 붙일만한 글의 성격이었는데 말이다.

급기야 1월 26일 자 사설에서는 김정은을 ‘당중앙’으로 지칭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장 전체 내용과 앞뒤 문맥을 볼 때 김정은을 ‘당중앙’으로 묘사한 것이 맞아 보인다. 하루 앞서서(25일) 진행된 김정은 업적을 기리는 중앙연구토론회의 관련 글에서 확실히 김정은을 ‘당중앙’으로 표기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천재적인 사상리론적 예지와 비범한 령도로 주체혁명위업을 향도해나가는 위대한 당중앙의 업적은 우리식 사회주의의 부흥발전을 위한 백승의 기치로 빛나고 있다.”

그렇다고 김정은의 권위가 약화 된 측면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수령중심주의, 수령제일주의를 가리키는 ‘사회정치적생명체론’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며 혁명 승리의 관건이 김정은에 대한 충실성에 달려있다고 주입시키고 있다. 심지어 전체 인민들의 행동강령인 당의 10대원칙에도 김정은 혁명사상을 포함시켜 ‘신조화’, ‘절대화’하려는 움직임도 노동신문에서 여러 차례 포착된 바 있다.

둘째, 제8차 당 대회에서 결정되어 이후 가장 많이 노동신문에서 선전했던 ‘3대혁명화’가 전원회의 이후부터는 그 구호마저 사라졌다. 전원회의 이전까지만해도 ‘모든 혁명진지를 3대혁명화할 데 대한 노선’(12.24.정론)이라는 당의 정책이 끊임없이 노동신문에 노출되었었다. 그런데, 전원회의 이후 올해 1월 초부터 현재까지 노동신문을 검토해보면 ‘3대혁명화’ 문구가 거의 사라졌다. 사설형식은 아니지만, 1월 4일자 실린 것으로 전원회의의 커다란 실천적의의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을 보면 거기서도 3대혁명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한편,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이 ‘5개년 계획 수행’이라는 용어와 함께 빈번하게 나열되었다. 이 같은 사실을 더욱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같은 날짜(1.4)에 실린 전원회의 결정에 따른 각 지역의 선전물들을 소개하는 글이 있는데 이 글에 실린 구호 중에서 3대혁명 관련된 구호가 빠졌다는 사실이다.

이 글에 실린 구호들은 다음과 같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령도따라 우리식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다그쳐나가자!’, ‘모두다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전원회의 결정관철에로!’,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발전기’, ‘전면적부흥, 전면적발전’, ‘올해 알곡생산목표를 무조건 점령하자!’, ‘우리 나라 사회주의농촌발전의 새시대를 열어나가자!’, ‘사회주의농촌건설의 새로운 승리를 향하여!’, ‘우리 당의 새로운 사회주의농촌건설강령을 빛나게 실현하자!’ 등이다.

이후 다른 글에서도 확인되는 것처럼 4차 전원회의 이후 내세워지는 가장 대표적인 구호는 ‘우리식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이다. 올해, 노동신문에 첫 번째로 실린 사설(1.5)도 비록, “3대혁명의 기치를 높이 들고…”라고 하면서 3대혁명에 대해 한번 언급했지만 이 사설의 강조점은 그 타이틀에서 말해주듯이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발전’이었다. 사설에서는 전원회의를 우리식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발전을 추동하기 위한 혁명적 방침(투쟁목표)을 제시한 역사적 회의라고 평가했다. 이를 말해주듯이 전원회의 이후 가장 노동신문에서 도배되고 있는 용어가 바로 ‘우리식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이다.

올해의 첫 번째 실린 정론(1.6)에서는 3대혁명화에 대해서는 전혀 거론하지 않고 ‘우리식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에로’를 강력히 내세우고 있으며 2022년을 ‘우리식 사회주의건설을 다음단계로 강력히 추동하는 결정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올해 들어, 3대혁명화 용어는 점점 사장(死藏)되어갔었다.

그러다가, 1월 27일자 기사에서는 3대혁명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글이 실렸다. 타이틀 안에 ‘3대혁명’을 넣었고 내용에서는 ‘모든 혁명진지를 3대혁명화하자’라는 구호와 함께 여러 차례 3대혁명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후 3대혁명에 대해서는 좀 더 세밀한 추적을 해야 될 것 같다.

셋째, 제8차 당 대회 이후 ‘수령’ 용어와 한 짝을 이뤄 작년 만에도 가장 전면에 내세워졌던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도 올해 들어서, 매우 간헐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김정은주의가 ‘인민대중제일주의’로 불릴 것으로 전망할 만큼 제8차 당대회에서 결정된 국가목표이자 당이 내세우는 첫 번째 정책노선이었는데 말이다. 또 다른 국가목표였던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 보다 제4차 전원회의 이후 덜 선전(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4차 전원회의 이후 노동신문에서 강하게 대두되는 것이 김정은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 발휘이다. 그 다음은 당 정책 결정에 대한 무조건적 관철이다. 1월 26일자 사설은 김정은(당중앙으로 표기)의 혁명사상의 권위에 대해 ‘정당성’, ‘진리성’, ‘절대성’을 강조하며 김정은 혁명사상이 ‘신념화’, ‘체질화’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결정집행에 대해 ‘무조건성’, ‘철저성’, ‘정확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인민들에게는 희생과 헌신을 강력히 요구한다. 앞으로 시련과 더 큰 난관에 봉착하더라도 인민들은 더욱더 투쟁심과 충성심을 높여야 된다고 종용하고 있다. 이처럼, 제4차 전원회의 이후, 김정은과 당에 대한 충성심으로 분명한 노선을 정하니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설 자리가 크게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노출빈도수도 떨어진다. 간헐적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표기한 글들을 보면, 형식적이며 인민들 달래기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제8차 당대회의 세 가지 핵심 키워드였던 이 세 가지가 2022년 들어 점점 약화되고 있을까? 단상으로 보자면, 첫째는 김정은이 맘 놓고 수령으로 불릴 만큼 아직은 정치적으로도 민심의 향배도 따라지지 않는 것 같다. 김정은 스스로가 철저히 자제를 하는 것을 볼 때 더욱더 그렇다. 아직은 수령하면 김일성을 떠올리는 북한 인민들이다.

둘째는 3대혁명화는 김정일을 다시 소환시킨다. 유훈정치의 성격을 짙게 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김정은은 자신이 제시했었던 ‘백두산 대학’(사상무장투쟁운동) 과 ‘백두산 칼바람 정신’을 다시금 인민들에게 주문했다. 혁명사상이든, 노동력동원방법이든 김정은은 자신의 색깔을 강하게 입히고 싶은 것이다. 자기정치를 강하게 추구하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처음부터 이것은 김정은을 수령으로 부르기 위한 하나의 포석이었다. ‘인민적 수령’으로 김정은을 내세운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수령의 지위에 대한 정당성을 인민을 향한 ‘헌신’, ‘희생’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수령을 내세우면서 가장 많이 사용된 용어가 ‘위민’과 ‘애민’이었다. 즉, 인민들을 더 잘 섬기기 위해 수령이 되었다는 논리를 작동시키기 위함이었다. 2022년에는 김정은이 수령으로 안 불리니 자동적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도 사그라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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