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김정은 체제 지각변동과 ‘제1비서’의 존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사망 27주기를 맞아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이번 참배에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성원들과 당 중앙 지도기관 성원들이 참가했으며 김 총비서와 함께 맨 앞줄에는(왼쪽부터) 조용원 조직비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 등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자리했다.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겸직하던 리병철은 상무위원들의 자리가 아닌 셋째줄로 밀려나 있어 지난달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상무위원에서 해임된 것이 확인됐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 1월에 개정된 북한의 당규약이 우리 사회에 공개되면서 당규약 개정에 관련된 많은 세미나 및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지난달 6월에는 집권 여당 몇몇 의원들은 통일부의 후원을 받아 ‘북한 노동당 규약 개정,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과거 통일부 수장이었던 한 인사는 노동당의 당면목적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라는 문구가 삭제된 것에 대해 북한이 ‘남한혁명통일론’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여기에 대해 같은 진영의 학자들마저 너무 나간 해석이라고 비판을 가한 바 있다. 필자가 보기에도 당규약 서문 말미에 “조선로동당은 전조선의 애국적 민주력량과의 통일전선을 강화하며…조국의 통일발전과 륭성번영을 위한 길에 적극 나서도록 한다” 와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라고 분명히 천명한 것을 볼 때 북한의 남한혁명통일론 포기주장은 너무나 낭만적 해석으로 비췬다.

개정된 북한의 당규약이 공개되면서 가장 크게 주목을 끈 것은 당규약 제3장 <당의 중앙조직>에서 제26조 하단의 “당중앙위원회 제1비서는 조선로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이다”라는 문구이다. 당 ‘제1비서직’은 2012년에 급조되어 김정은이 2016년까지 맡았던 당 직책이었다가 2016년 제7차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이 ‘당 위원장’에 추대되면서 사장된 직책이었다. 2016년 당 규약 개정에서 ‘당 제1비서’와 같은 직급이라 할 수 있는 ‘당 제1부위원장’ 직책을 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국무위원장으로 있는 국무위원회는 ‘제1부위원장’ 직제가 있었다. 그렇다고 ‘제1부위원장’이 국무위원장의 대리인이라고 북한 헌법에는 명시되지 않았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을 당 총비서로 추대했다. 동시에 다시 ‘당 제1비서직’을 내왔다. 제8차 당 규약 제26조를 보면, 당 제1비서직은 당 비서직과 같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선출(거)된다. 북한이 지난 달 15일부터 당중앙위 전원회의를 개최하였다. 당 규약대로라면, 이때 ‘당 제1비서직’도 선출했을 수 있다.

제8차 당 규약에는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당중앙위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도 선거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당중앙위 정치국은 전원회의와 전원회의사이에 당중앙위원회의 이름으로 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 지도한다(당규약 제27조). 제28조에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조선로동당 총비서의 위임에 따라 정치국회의를 사회 할 수 있다(제28조)라고 명시했다.

제28조의 당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권리행사는 북한이 처음으로 내온 당 규약이다.

필자는 당규약 제26조의 ‘대리인’과 제28조의 ‘위임’은 같은 성질의 것으로 보면서, 총비서의 대리인이 되는 ‘당 제1비서직’은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사람이 선출되었거나 그렇게 될 것으로 추정한다.

당 제1비서, 조용원(당 조직 비서)이 될 가능성

새롭게 신설된 ‘당 제1비서’는 명실공히 북한의 ‘제2인자’라고 불릴만하다. 따라서 이 자리에 누가 임명되었는가가 세간에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백두혈통인 김여정과 당 조직비서인 조용원이 거론되었는데,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기술한대로, 당 규약 제28조 의거하여, 당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총비서인 김정은에게 위임을 받아 권리행사 할 수 있음을 볼 때에 당 제1비서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 중 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까지, 당정치국 상무위원으로는 김정은을 비롯한 최룡해(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병철(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김덕훈(내각총리), 조용원(당 조직비서, 당중앙군사위 위원)이다. 이 중, 리병철이 당중앙위 비서뿐만 아니라 당중앙위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었기에 가장 유력했다. 그런데, 그의 신변에 이상신호가 감지되었다.

김정은이 지난달 29일에 열린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었는데, 조선중앙통신은 정치국 상무위원회 상무위원도 소환(문책, 경질)되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비판 토론자로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참여한 만큼 경질된 인사는 리병철 상무위원이 유력했다. 조선중앙통신이 내보낸 하나의 장면(리병철만 손들지 않는 모습)에서도 리병철임을 강력히 시사해 주었다. 그리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늘(7.8) 그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김정은이 김일성 사망 27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에 참배(7월 8일 0시)했다는 보도를 하면서 사진을 공개했는데, 김정은과 함께 맨 앞자리에 최룡해, 조용원, 김덕훈 상무위원들이 위치한 사진이다. 그런데, 리병철은 군복이 아닌 인민복 차림으로 정치국 후보위원들이 자리한 세 번째 줄에 위치해 있었다. 리병철의 해임을 분명히 알려주는 사진이다.

리병철이 해임됨으로 이제, 당 제1비서는 조용원이 될 공산이 매우 크다. 조용원은 당 조직비서일 뿐만 아니라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리병철의 해임으로 그가 부위원장으로 승진했을 수도 있다. 김정은이 핵 무력과 핵 강화를 제8차 당 규약을 통해 강력하게 내세운 만큼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위상은 매우 높다. 당규약 제30조에 따르면, 당중앙군사위원회는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의 당의 최고군사지도기관이며, 공화국무력을 지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정은이 당중앙군사위원장을 직접 맡고 있는 만큼, 핵 관련해서는 최상위 집행기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조용원이 여기에 가장 깊게 관여하고 있는 만큼, 그가 당 제1비서로 선출되었거나 그렇게 될 것이다. 조용원이 리병철과의 힘겨루기, 권력암투에서 승리한 것이다. ‘당 제1비서’자리 싸움에서 승자가 된 것이다. 과거 김정일이 그랬던 것처럼, 충성경쟁을 부추기며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화시키고 있는 김정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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