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마철 피해방지에 수시로 軍 ‘비상소집’… “책임 강조”

당국, ‘인근 지역은 우리가 책임지자’ 군인들 동원...소식통 "삽‧곡괭이가 軍 주 무기 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020년 8월 17일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피해복구 현장에 동원된 조선인민군 부대를 조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군이 1일 하기 훈련에 돌입했지만, 당국이 수시로 ‘비상 소집’ 명령을 내려고 장마 피해 대책 마련에 군인들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해 태풍 등 수해 피해로 경제전반에 타격을 입은 북한이 올해 장마철에는 군을 조기 투입, 사전 방지 대책 마련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8일 데일리NK 함경남도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1주간 총 4차례에 걸쳐 비상 소집이 이뤄져, 현지 군인들은 도랑 및 하천 정리 작업을 진행했다. 이처럼 군 당국은 훈련 첫 주부터 장마철 피해 막이 작업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현지 부대 참모부에서는 “부대 병영 주변과 인근 지역 주민 구역을 우리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면서 군인들을 동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대에서는 구분대별로 구간을 맡아 이를 수행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또한 오전에 전투 근무를 선 인원은 오후엔 인근 배수로 파기에 동원하는 등 모든 인원이 반드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도 세웠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소낙비가 올 때면 야간이라도 비상 소집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파헤쳐진 도로는 그때그때 보수해놓아야 나중에 큰 피해를 받지 않는다’는 논리다.

현재 군 비상 소집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북한군 무기, 장구류를 지참하고 집합했지만, 곡괭이, 삽, 맞들이(들것) 등 작업 공구가 주 무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함경북도 군 소식통도 7일 “지금 말이 하기 훈련에 들어갔지, 상학(학습)이나 훈련을 하다 말고 갑자기 상급 참모부 명령으로 비상 소집돼 농장이나 철도, 도로 등 현장에 나가 노동하고 돌아오는 게 일상화됐다”고 말했다.

수해가 발생한 황해북도 은파군에서 군인들이 피해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다만 이를 뒷받침할 후방 분야는 여전히 열악한 상태다. “여러 차례의 소낙비 속에 비상 소집 된 군인들 절반이 군용 비옷도 못 입고 전부 쫄딱 젖어 부대에 복귀했다”는 것이다. 즉, 필수 물품이 편제 인원보다 턱없이 모자라는 현실이 재차 드러난 셈이다.

이 같은 실정을 보고받은 국방성은 즉시 산하 피복공장에 “5일간 대대적인 철야 전투를 벌여 군용 비옷을 대량 생산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고 한다.

후방총국도 발 빠른 모습이다. “지난 시기 같으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넘어갔었는데 지금은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간부들이 두들겨 맞고 나서라서 그런지 빛의 속도(빠르게)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장이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됐고, 박정천 총참모장과 김정관 국방상이 강등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편 이번 장마철 피해막이 대책적 문제에서 보위 1순위는 인민들 살림집이나 공공시설이 아닌 ‘1호 작품’, 연구실, 현지교시판, 연혁소개실, 사적비, 동상, 초상화, 명제비(命題碑) 등이라고 소식통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