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인민대학습당 풍경, 거대한 ‘트루먼 쇼’와 흡사

필자는 평양 프로젝트 관련 업무로 북한의 몇 개 도시들을 다녀왔다. 캐나다에 본부를 둔 필자의 단체는 북한 학생들을 중국이나 영국에서 공부하도록 돕는 일 뿐만 아니라 북한 관광을 조직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



수도 평양에서 북쪽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평안남도 평성을 처음 본 느낌은 깜짝 놀랄 만큼 신선했다. 우리가 처음 방문한 곳은 백송리였는데 소나무 숲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김일성 동상에 걸어 올라가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김일성 동상 뒤에 있는 소나무들 때문에 동상이 정말 작아 보인 것이다. 북한 다른 지역에서 봤던 김일성 동상은 주변에 나무가 없어 대단히 크게 느껴졌지만 이곳에서는 큰 소나무들만 도드라져 보였다.



백송리는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평양을 떠나온 수많은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과 교수들이 학교를 만들었던 곳이다. 현지 가이드는 혹한(酷寒)의 날씨에도 학생들을 찾아 공부를 계속하도록 격려한 김일성이 얼마나 자애로운가를 열심히 설명했다. 우리는 가이드의 설교(?)를 들으면서 개조된 교실, 학교 기숙사를 둘러봤다.



필자는 학생들이 교육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 교육 내용 대부분이 미국에 대한 복수를 자아내기 위한 정치선전 내용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교육을 받는 것은 보편적 인권 중 하나지만 세뇌교육 방식은 이념이 왜곡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과 학교 기숙사를 둘러본 다음 술, 크래커, 떡 등 밀가루 가공 식품을 만드는 식료품 공장을 방문했다. 먼저 생산 공정과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관리·감시하는 컨트롤 센터를 찾았다. 연구원으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은 우리를 보고 경계의 눈빛을 보였다.



식료품공장 노동자들은 벽에 걸린 ‘어머니 조국을 위하여 마음을 다하여’라는 구호선전판 아래서 일을 하고 있었다. 위생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노동자들은 우리와 눈빛을 마주치지 않으려는지 일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성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김정숙제1중학교에 방문했을 때였다. 우리가 탄 버스가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 들어갔고, 이후 여행객 일행이 버스에서 내려서자 학생들은 모두 우리를 주시했다. 우리는 학교 영어 수업도 참관할 수 있었다.



학교 방문 기간에 학교 관계자들은 우리에게 학생들의 과학 프로젝트와 국제 경기에 참석해 수상한 상도 보여줬다. 사진 가운데 있는 포스터는 ‘외국어 공부하는 학생을 위한 한 자루의 펜’을 형상화한 것이다. 북한 가이드는 매우 자랑스럽게 최근 개최된 국제 수학 경시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한 학생을 소개했다.



우리가 참관한 영어 수업시간에는 세계시간과 달력들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를 곁눈질해서 보니 외국어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와 비슷해 보였다. 교과서는 매우 무거워 보였는데 내용은 회화보다는 긴 장문들로 구성된 독해 중심이었다. 교실 벽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와 공부를 독려하는 선전문구가 걸려 있었다. 켜져있는 TV스크린을 보고 다소 놀라웠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설명도 귀담아듣고 질문에 비교적 정확한 대답을 했다. 어떤 면에서는 미리 연습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학생들의 전체적인 영어 실력은 칭찬할 만했다. 흥미로운 것은 학생들이 질문할 때 주저하지 않았고, 게임에도 열심히 임한다는 점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그룹을 나눠 학생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주어질 때였다. 원어민과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북한에서는 학생들이 정말 우리와 대화를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우리도 북한 학교에 방문해 북한의 교육 체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나름의 혜택(?)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학교 방문은 평양의 학교를 방문했을 때 그냥 앉아 문화 공연을 보는 것보다는 훨씬 유익한 시간이었다. 



평양으로 돌아오자마자 수도의 거대한 도서관인 인민대학습당을 방문했다. 인민대학습당은 평양 시내에 조선 전통 방식으로 지어진 몇 안 되는 건물 중 하나이다. 그러나 내부는 북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리석 바닥, 샹들리에, 백두산 그림 앞에 있는 김일성 동상들로 채워져 있어 신선함을 주지 못했다. 



이 거대한 도서관을 둘러보고 느낀 점은 모든 것이 무시무시한 ‘트루먼 쇼’와 같았다. 우리가 보고 있던 모든 것들이 우리 여행객들이 방문한다는 것을 알고 사전에 특별히 꾸며놓은 것임을 깨달았다. 책을 대여해주는 안내 데스크에 ‘허클베리 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책이 있었는데, 이런 책들은 북한 주민들이 빌려 갈 수 없는 것들이다. 복도에 있는 전등들과 독서실의 불빛은 우리가 지나가는 동안에는 반짝였지만 우리가 지나가자마자 꺼져버렸다. 특히 안에 비치된 모든 컴퓨터 스크린은 한결같이 시작 페이지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이는 모든 컴퓨터가 우리가 들어가기 직전에 부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주 동안 우리가 돌아본 모든 공식 관광지들도 이 도서관처럼 일부러 꾸며진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도서관 이용객들을 위해 사용 가능한 기술 장비들은 TV, 음악장비, 컴퓨터 등이 있었는데 인터넷은 북한의 내부 인트라넷에만 접속이 가능했다. 녹음기를 보면서 10년 전 고등학교에서 외국어 공부하던 때가 생각났다. 장비들은 아주 오래된 것들이었지만 작동은 꽤 잘 되는 것 같았다. 음악을 공부하는 홀에 들어갔을 때 북한 관광 가이드는 신이 나서 ‘아메리칸 파이’를 크게 틀어줬다. 그곳에 공부하러 온 다른 학생들은 아주 짜증스러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공부를 하는 북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었다. 한 성인 남자는 진지하게 다른 나라들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에 만났던 많은 북한 사람들처럼 “조국을 발전시키기 위해”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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