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도 평양에서 군복무를 한 중대장 출신 제대군관이 전역해 생활고를 겪다가 빚에 내몰린 나머지 채권자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신의주에 거주하는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은 26일 통화에서 “지난 20일 경 평북 의주에서 제대군관이 빌려준 돈을 받으러 온 사람을 공격한 사건이 있었다”면서 “무기를 휘두른 범인은 30대 중반의 평양방어사령부 출신 중대장”이라고 말했다.
평양방어사령부에서 15년간 중대장으로 복무해온 이 남성은 군대에서 결혼해 이미 쌍둥이 아들을 두었고, 고향으로 돌아와 2년 정도 생활을 했다고 한다.
고향에서 배치 받은 직장은 수도사업소 노동자였다. 살림집을 배치받고 거처 생활 환경을 마련하는 데부터 돈이 들어갔고, 배급을 겨우 받는 상황에서 빚을 내서 생활 환경을 마련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후에도 장사를 시작한다는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돈을 꾸기 시작했는데, 평양에서 왔다는 신용을 내세워 빌린 돈이 수십 만원을 넘어가 액수가 점점 커졌다. 장사 물건을 받겠다며 여러 명목으로 돈을 빌리다가 이것도 어렵게 되자 높은 이자를 주겠다며 큰 돈을 빌렸다고 한다.
그러나 약속한 6개월, 1년이 돼도 돈을 갚지 않자 채권자들이 찾아와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기 시작했다.
사건이 발생한 날도 한 마을 사람이 찾아와 돈을 당장 내놓으라고 독촉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마당에서 나무를 패던 제대군관이 화를 참지 못해 도끼를 휘둘러 채권자가 크게 다쳤다. 이 제대군관은 즉시 보안원에 체포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평양에서 정신 도덕적으로 교양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사람이 건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면서 “평양방어사령부 중대장이라고 하면 신용이 좋다. 그래서 돈을 빌려줬다가 이런 일을 당해 사람들이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대장도 문제지만 남은 가족이나 돈을 빌려준 사람들도 살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사건을 알게 된 주민들은 ‘군대가 예전 군대가 아니다’고 한다”면서 인민군대가 민심에서 많이 멀어졌다고 이탈했다고 말했다.
평양방어사령부는 수도인 평양의 외곽 방어를 위해 설립된 부대로 호위총국의 지휘를 받지만 복무 이후 특혜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호위총국과 달리 현역과 교도대가 혼합돼 부대를 구성하고 부대의 위상도 높지 않다는 평가다.
평양 출신 한 탈북민은 “평양방어사령부는 호위국과 비교할 것이 못 된다. 방어사령부 중대장 출신도 전역하면 노동자 배치 대상”이라면서 “이런 사람에게 속았다면 그 제대군관이 언술이 좋거나 그 지역 사람들이 어지간히 순진하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