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질 떨어진 당과류…이게 김정은이 말한 현대화인가

서해5도에서 수거한 북한산 과자와 사탕 제품 포장지.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에서 당과(糖菓)류는 국가차원에서 배급을 통해 지급되는 품목이다. 특히 김정일 생일(2월 16일, 광명성절로 선전)을 비롯해 국가 명절 때는 특별히 당과류를 원아들에게 명절선물로 지급했다. 하지만 시장을 통해 중국 제품이 유입되고, 북한 내부적으로도 기업소마다 별도의 당과류를 생산, 유통하면서 명절 때 지급하는 당과류는 상대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질이 안 좋은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북한에서 당과류는 주로 <운하대성무역회사>,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 <송도원식료공장> 등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은 김정은 시대 대표적인 모범공장으로 손꼽힌다. 2017년 6월 14일자 노동신문 기사에 따르면 “당의 크나큰 은정 속에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만한 멋쟁이 공장으로 전변된 우리 조국의 자랑 <금컵>이 이렇듯 새 기준, 새 기록창조를 위한 총돌격전으로 활화산마냥 끓어번지고 있다. 만리마의 기상이 세차게 나래치는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에서 우리 체육인들과 인민들이 좋아하는 제품들이 날에 날마다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다”고 선전한다.

또한 북한 당국은 당과류의 보장 여부를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수해 현장에서도 당과류의 보장이 끊이지 않고 공급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필자가 서해5도지역에서 직접 주운 북한 생활 쓰레기는 그 종류만 700여 종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과자와 사탕 포장지는 200여 종으로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제품들이 일반 북한 주민들이 접할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서해5도에서 수거한 ‘조선인민군 11월 2일 공장’에서 생산한 당과류 포장지.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한편, ‘조선인민군 11월 2일공장’은 북한에서 군수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일반 주민들이 아닌 주로 군인들에게 공급되는 당과류를 생산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연이어 두 번이나 이 공장을 현지지도했다. 이 공장은 김일성의 지시로 1947년 5월 설립됐으며 “과자, 사탕, 빵을 비롯한 갖가지 식료품을 생산해 군인들에게 공급해주는 종합적인 식료가공기지(공장)”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의 지시로 이 공장에 현대적인 간식생산 공정을 새로 건설했다며 제534군부대(군 후방총국)와 공장 노동자들이 “짧은 기간에 능력이 큰 간식 생산공정을 완성하고 생산을 정상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공장을 둘러보면서 “군인들에게 맛있고 영양가 높은 간식과 식품을 모자라지 않게 공급하자는 것이 당의 결심”이라며 생산량을 늘리고 포장공정의 현대화를 강조했다고 한다.

또한 2014년 2월 현지지도때도 김정은은 “공장의 일군들과 종업원들이 당에서 준 과업대로 원료준비로부터 제품생산과 포장에 이르는 모든 생산공정의 자동화, 무인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한 데 대해 대만족을 표시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필자가 서해5도에서 직접 주운 포장지는 현대화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다른 공장에서 생산되는 포장지와 비교해 보면 재질은 형편없이 낮으며, 별도의 색상이나 디자인이 없는 비닐 포장에 불과하다. 북한에서 전승절(7월 27일, 정전협정체결일)을 기념하는데 포장지에는 ‘전승’이라는 상표가 새겨져 있을 뿐이다. 50g, 100g, 150g, 280g 등 용량이 다른 제품이지만, 50g 제품 포장지를 제외하면 나머지 용량 제품은 디자인이나 재질이 같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로 인해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을 겪고 있다. 공장 가동을 위해 원료의 국산화와 재자원화를 강조하며 자력갱생을 외쳐대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김정은의 주민 옥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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