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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시내에서 물품 거래를 성사시키는 거간(居間·거래를 중개하는 업)꾼 중의 20-30%는 평양 소재 종합대학 학생들이라고 내부소식통이 알려왔다.
대학생들 사이에 거간꾼 활동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북한에서 골동품 장사가 유행하던 1990년대 후반부터다.
평양에 있는 거간꾼들은 주로 국경지역에서 중국이나 한국, 일본 상품들을 들여온 지방 상인과 평양의 도소매상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상품 중개 이외에도 황해도와 개성 지방에서 나오는 골동품이나 지방에서 채취된 금을 평양에 있는 돈이 많은 전주(錢主)와 연결시킨다.
대학생들은 달리 자본이 없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물건과 돈을 연결시키는 중개업에 관심이 많다. 거간꾼들 사이에서는 ‘물주와 전주를 만나게 하지 말라’는 설이 있는데 거래 정보를 혼자만 알아야 중간 수수료를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거간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사업에 뛰어 드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소식통은 “과거부터 평양 대학생들은 머리가 좋아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수완도 뛰어나다. 그 중에서도 김책공대 학생들이 제일 유명하다”면서 “고난의 행군 이후부터는 이러한 대학생 거간 노릇이 크게 늘어 열 중에 두 셋은 학생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학생 신분이라는 점 때문에 사람들을 속일 가능성이 적고 출신성분도 괜찮아서 유리한 점이 많다. 또 집은 지방이고 학교는 평양인 학생들이 이동도 쉽고 지방 정보를 파악하는데 유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거간 역할을 하는 학생들은 주로 제대군인들이라고 한다. 제대군인 중에도 특히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돈을 버는데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나 일찍 결혼을 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사회생활을 일찍 배우고 싶은 직통생(군대를 거치지 않은 대학생)이나 집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도 가끔 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에 나가지 않고 학장이나 담당교수에게 돈을 주면 출석한 것으로 처리되고 나중에는 졸업장까지 받을 수 있다. 봄과 가을 농촌지원전투 기간에도 이러한 학생들은 동원 면제를 받는 대신 참여 학생들의 부식물을 책임진다고 한다.
평양 출신으로 국내에 입국한 한 탈북자는 “대학에서 배울만한 것이 없고,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사회 분위기이니까 이러한 거간 역할을 해도 창피할 것이 별로 없다”면서 “대학생 중에 제대군인이 많아지고 대학 재정이 열악한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