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성 돈주들은 왜 최고급 아파트 팔고 교외 독채로 갔나?

북한 부동산 시장 新트렌드, 생활 환경 급변 및 삶의 질 추구 현상

북한에서 주택의 소유와 건설, 매매는 시장 논리에 따른다. 주택의 전인민적 소유(국가소유) 개념은 북한 법 규정에만 남았을 뿐 현실에서는 개인소유라는 통념이 확고히 자리잡았다.

북한에서 대형 아파트 건설과 분양, 부동산 중개 등 주택시장을 이끈 주역은 돈주다. 아파트를 재산의 개념으로 보는 돈주들은 대도시에서 시세가 수만에서 십만 달러가 넘는 최고급 아파트를 선호해왔다.

그런데 최근 북한 돈주들이 최고급 아파트를 팔고, 자연환경이 좋은 교외로 이주하는 새로운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돈주들의 교외 독채 투자라는 새로운 부동산 트렌드다.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 평성에서 올해 4월부터 8월 초까지 5명의 돈주가 시내 중심가의 좋은 아파트를 잇따라 팔고 교외에 2층 ‘독집(단독주택)’을 지어서 거주하기 시작했다.

평성 시내의 최고급 아파트는 10만 달러를 호가한다. 평성에서는 정권 기관과 학교가 밀집한 시내 중심가와 평성역 인근 역전동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비싸다.

돈주들은 시내에 소재한 10만 달러 아파트를 팔고, 평성 시내에서 4km 정도 떨어진 후탄리 등으로 이주했다. 이곳은 후면에 산이 있고, 앞쪽으로는 강이 흐르고 있어 자연환경이 좋다. 배산임수(背山臨水) 구조를 갖춰서 풍수지리상으로도 주택을 짓기 이상적인 곳이다.

당국에서 토지 임대를 허가 받아 집의 구조를 세우는 비용은 2, 3만 달러가 소요되고, 내부 인테리어도 1, 2만 만 달러면 충분하다. 토지 임대비용은 500달러 수준으로 저렴하다.

북한 당국은 주택 매매를 통한 초과 이득과 중개 수수료를 용인하는 대신 토지의 국가소유를 들어 세금과 유사한 납부금을 받고 있는데, 그 액수가 많게는 이윤의 10%에 달한다. 교외로 나오면 주택 거래에 따른 납부금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 지역은 평성 시내인 평성동, 덕성동, 중덕동까지 이동하는데 10-15분 정도 걸린다. 개인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심리적 거리감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시장이 멀어져 생활상의 불편이 생기고, 권력층과의 교분도 헐거워질 가능성도 생긴다.

더구나 주택을 부와 위세의 수단으로 보는 북한에서 시내 최고급 아파트를 떠나는 것은 이미지 추락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상품이나 음식의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 됐고, 돈주들은 자가용에 파출부까지 두고 있기 때문에 시장과의 거리가 생활의 불편을 만들지 않는다고 소식통은 전한다. 돈주들이 가진 부와 영향력이 생활상의 거리를 극복할 정도로 커졌다는 것이다. 또한 삶의 질을 우선할 정도로 돈주들의 사회적 지위가 안정화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평성 돈주들의 교외 이주는 북한에서 주택의 사유화가 되돌리기 힘든 추세라는 점도 보여준다. 시도 인민위원회의 시공 허가를 받아 돈주들이 투자해 건설해서 분양한 아파트는 사후에 당국이 강압적으로 특정인의 입주를 요구하거나 일방적으로 주택 소유권을 박탈하기 어렵다.

그러나 교외에 지어진 독채는 당기관이나 권력을 쥔 간부들이 불법 등의 시비를 걸어 헐값에 몰수나 입주권을 이전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럼에도 5명이나 되는 돈주들이 교외로 이주한 것은 주택 소유권을 침해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1일 데일리NK에 “당국에서 그동안 추구해온 부동산 관련 정책을 지켜봐온 돈주들이 이를 대체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임 교수는 “복잡하지 않은 교외로 나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집 구조를 바꿔 안락한 생활을 하겠다는 의지도 읽혀진다”면서 “북한에서도 개인의 삶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금씩 조성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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