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후 북한, ‘홍콩式’ 정치체제 고려해봐야

1국가 2체제의 경우

1국가 2체제의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방식은 홍콩과 같은 식이다.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시스템은 현재 한국의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북한만을 특별행정구로 설정해서 별도로 통치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대통령의 선출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방안이 있다. 첫째는 특별행정구 주민에게는 대통령 선출권을 아예 주지 않는 방식이다. 둘째는 특별행정구 주민에게는 대통령 선출권을 주되 아주 낮은 비율로만 주는 방식이다. 그 경우에는 대통령 선거를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로 해야 북한 지역의 비율을 줄이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것이다. 만약 직선제로 하는 조건에서 북한 지역의 반영 비율이 낮을 경우 여러 가지 복잡한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간선제로 대통령을 선출하되 북한 지역의 경우에는 선거를 하지 않고 의회에서 선출한 북한 지역 대표가 나서서 대신 간선에 참여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의회 구성에서도 북한의 특별행정구 자체 의회를 구성하겠지만 국가 전체의 국회 구성에 북한 지역이 참여할지, 참여한다면 어느 정도 비율로 참여할지에 관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만약 남한 지역과 북한 지역을 똑같은 비율과 똑같은 권한으로 국회를 구성한다면 그것은 사실 거의 연방제에 준하는 형태의 시스템이 될 것이다. 그러나 홍콩방식을 생각해본다면 전체국회에 파견하는 의원의 수가 많지 않고, 그 선출방식도 북한 지역 의회에서 간접선거로 선출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북한 지역 의회 선출도 홍콩처럼 일부 의원만 직선제로 뽑고 나머지 의원들은 간선제나 아니면 거버너가 지명하는 방식으로 다양화한 의회 구성을 할 수 있다.

거버너의 선출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식, 아니면 전국 국회에서 선출하는 방식, 아니면 북한 자체 의회에서 선출하는 방식, 아니면 북한 내에서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네 가지 방식이 다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특별행정구를 설치한 그 본래의 취지를 생각해본다면 거버너를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은 매우 선택하기 어려운 방향이 될 것이다. 대체로 대통령이 지명하거나 아니면 대통령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북한 의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북한 의회 역시 전원을 주민 직선으로 뽑기보다는 직선 일부와 직능대표 일부, 간선일부, 거버너 지명 일부, 대통령 지명 일부와 같이 섞어놓는 식으로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상당히 심각한 정치적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 북한에 특별행정구역을 설치하는 목적 자체가 초기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초기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장기적인 정치적 부채를 지나치게 높이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홍콩은 현재 비민주적 국가인 중국이 통치하고 있고 과거에는 영국이 식민지로서 통치했다. 따라서 그러한 방식을 민주국가인 한국이 본 따와서 적용하는 것은 한국 일반 국민들이나 북한 주민들이나 세계 여러 나라의 상당한 비판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점차 각성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심각한 정치적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은 과도기 몇 년 정도에 적합한 방식이고 장기적으로 뿐만 아니라 단기를 넘어서는 상당기간 동안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봐야 한다.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참정권을 대폭 제한하는 것은 일반적인 국제질서 하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고 한국의 헌법재판소와 같은 사법기관에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광범한 형태의 참정권 제한이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정치적 부채란 첫째,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고 남북한 간에 불평등하게 적용함으로써 북한 사람들의 잠재적인 정치적 불만이 자라나서 점점 확대될 수 있다. 당장은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점점 자라나면 나중에는 엄청난 빚을 갚아야 하는 정치적 부채가 될 수 있다. 둘째, 북한 사람들의 정치적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적 매개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미약하여 완충효과가 사라져서 오히려 북한 사람들의 잠재적 불만을 축적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셋째, 대외적으로 통일한국이 비민주적이고 평등하지 않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확산시킬 수 있다. 이런 이미지가 국제적으로 축적되면 국제적인 정치적 부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와 일정정도의 갈등을 감수하고 또 남한 내부에서의 갈등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또 북한 주민들의 반발도 그렇게 빠른 속도로 커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홍콩식의 1국가 2체제도 완전히 배제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그러한 제도가 정치적 부채를 증가시킨다는 측면에서는 뚜렷한 단점을 갖고 있지만 그러나 동시에 북한 지역의 정치적 역동성을 줄여서 정치적 위험도를 낮추는 측면에서 상당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옵션에서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다.

문명의 발전단계에 따라 각종 권리에 제한을 둘 수 있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기 어렵다. 서양이나 남한에서도 국제적인 경험이 많은 정치가나 학자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 대중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북한의 문명수준은 낮지만, 문명수준이 높은 남한이 국가 전체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북한의 권리에 제한을 두는 것이 국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런 것을 고려하자면 박정희나 리콴유 시절보다는 대중의 권리가 더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사회적, 경제적 혼란이 심하지 않다면 권리를 확대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북한 사회에서는 반드시 그런 문제가 생길 것이다, 결국 여론이나 국제적 압력으로 정치적 권리가 확대되었다가 다시 축소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균형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런 구체적인 경험과 역사가 쌓이면 일정 부분 국제사회의 이해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면 통일 후에도 상당기간은 북한 사회의 범죄가 남한보다 월등히 많을 텐데 수사능력이 한참 떨어지는 북한에 남한 수준의 인권제도를 한꺼번에 그대로 도입하면 치안이 마비될 만큼 혼란스러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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