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박사의 북한읽기] 어려워도 보양식 한그릇 먹어야 여름 난다

북한 평안북도 압록강변에서 물고기잡이 중인 북한 주민. / 사진=데일리NK

올해 무더위는 아주 별나다.

북한에 살 때도 매년 여름에 ‘올해는 왜 이리 더운가’를 반복했지만,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의 지독한 폭염이 계속된 경우는 별로 없었다.

남한에서 살기가 편해 엄살이 늘었나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평양 기온이 35도를 넘어간다는 소식을 보면 북한 주민들의 더위 고생도 필자와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삼복 무더위에는 체력이 약해지고 열사병도 쉽게 온다. 땡볕에 길을 걷던 노인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거나 정신을 잃는 사고가 북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 사람들은 이런 여름을 이기기 위해 보양식을 찾는 습관이 있다. 남한에서는 보양식을 먹는 것을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북한에서는 건강의 필수요소로 함께 나눠먹는 문화도 있다.

북한에서 무기력을 극복하고 체력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소문난 음식은 많다. 그렇다고 비싸고 거창한 음식만을 말하지 않는다.

가장 쉽하게 접하는 보양음식은 계란이다. 비타민과 무기질,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기억력을 좋게 하고 컨디션 회복에 좋은 완전 단백질 식품이다.

조선시대 동의보감 등 전통의학 서적에 단골로 등장하는 천마는 식욕부진과 스태미나 향상에 도움을 준다. 천마에는 게스트로딘, 에르고티오네인, 바닐릴알코올 등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혈관의 유해산소와 노폐물을 제거해준다.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은 아연과 칼슘이 풍부하고 타우린과 핵산이 들어 있어 피로회복과 여름철에 잃어버리기 쉬운 부부 성생활 회복에도 효과 만점이다. 북한에서는 이러한 효능을 의학 논문을 통해 검증하기보다는 경험담을 나누기 때문에 오히려 효능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느낌을 받는다.

오징어와 문어 먹물도 피로회복에 좋은 타우린이 들어 있어 스태미나 향상에 최고의 음식이다. 북한에서는 이름이 뒤바뀌어 있는데, 어찌됐든 먹물이 든 몸통 부분은 신혼부부에게 양보하는 것이 미덕이다.

항산화는 물론 성인병 예방, 원기회복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보양식이 전복이다. 전복은 채취를 해도 대부분 수출되지만, 최근에는 북한에서도 내수용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

폭염에 타들어가는 곡식을 살리려고 총동원에 내몰려 하루 종일 땡볕에서 고생한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보양식은 단고기장이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9일 “먼 옛날부터 우리 인민들은 더위가 가장 심한 삼복철 보양식으로 단고기(개고기)를 특별히 좋아했다”며, “하지만 초계탕과 팥죽도 삼복철에 건강에 좋은 보양식”이라고 추천했다.

북한은 오랜 역사를 거쳐 발전되어온 민족음식인 단고기장을 슬기롭고 근면한 우리 민족의 창조적 지혜와 재능, 구미와 기호 등의 특성이 진하게 반영된 대표적 여름철 보양식으로 여기고 적극 장려하고 있다.

보신탕을 법으로 금지하자는 운동이 일고 있는 남한 소식을 듣는다면 북한 주민들은 ‘별 사람들이 있다’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집을 지키다가 때가 되면 음식으로 상에 오르는 것을 개의 숙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고려사』(1451년), 『동의보감』(1610년), 『음식지미방』(1670년 경), 『부인필지』(1915년) 등을 비롯해 여러 문헌들에는 단고기와 관련한 자료들이 약효와 함께 구체적으로 소개되어있다.

삼복이면 낮에는 뙤약볕에 땀을 많이 흘리고 밤에는 밤대로 가시지 않은 더위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식욕이 떨어지고 몸이 쇠약해지기 마련인데, 고려의학(북한 한의학)에서는 ‘단고기는 양기를 돋우고 허한 것을 보충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더위 때문에 쇠약해진 몸이라 뜨끈한 단고기장을 먹음으로써 “이열치열”(더운 것으로 더운 것을 다스린다는 뜻)의 원리로 만병을 물리친다고 하였다. 삼복에 단고기와 함께 파나 고추를 넣어 국을 푹 끓여먹으면 소화를 돕고 영양보충에도 매우 좋았다고 하였다.

단고기의 영양이 하도 탁월하다는 믿음이 이어지면서 ‘보신탕’이라는 이름이 자리를 잡았고,  “오뉴월 단고기장 국물은 발등에 떨어져도 약이 된다”는 속담이 만들어졌다.

『조선왕조실록』(1649년)과 헌종 때 쓰인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에는 “나라풍속에 여름철에는 단고기를 삶거나 구워서 먹는다”, “단고기장은 삼복계절에 가장 좋은 음식이다”고 기록되어있다.

북한은 매년 중복 때가 되면 ‘조선요리협회 중앙위원회’ 주최로 단고기 경연대회가 열린다.

올해는 함경남도 요리사들의 단고기 내포백숙, 단고기 순대 요리가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평양단고기집이 특등을, 창광봉사관리국이 1등을 차지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단고기는 정말 큰 호사이다. 주민들의 단고기 사랑은 대단하지만, 여름철 더위 극복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과 끼니마다 정상적인 영양섭취이다. 북한 주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선풍기를 틀고 마음껏 단고기를 나누는 시절이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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