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 취재파일] 베를린 장벽서 남북통합 미래를 생각한다

베를린 북한 대사관
독일 베를린시에 있는 북한 대사관 정문(좌)과 후문(우). /사진=데일리NK

한국에서 완연한 봄이 시작된 이달 8일 필자는 독일로 향했다. 201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적 변화와 함께 정치적 통제와 인권문제를 설명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10시간 남짓한 비행을 마치고 독일 베를린 공항에 도착해서보니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했다. 베를린에 정착한 탈북민의 안내로 시내 곳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베를린이 처음이지만 이 탈북민의 안내와 설명이 수준급이라 도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시내에서 만나는 독일인과 통역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미국이나 유럽을 방문할 때면 이렇게 같은 탈북민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여간 기쁘지 않다.

독일 베를린 장벽은 이번 방문 길에 꼭 들려볼 계획이었다. 장벽이 설치돼 있었던 자리를 따라가면서 탈북민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베를린 장벽 앞에 선 기자의 심경은 복잡했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와 북한의 현실을 전하고 있지만 한반도의 남북경계는 여전하다. 이미 장벽을 무너뜨린 지 30년이 다 되가는 이곳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잠시 생각했다.  

장벽이 무너지기 얼마 전까지도 동서 베를린 주민들은 그 차이를 쉽게 알아볼 정도로 경제적으로나 지적인 면에서 차이가 컸다고 한다. 발전 수준의 격차가 컸다는 의미이다. 남북한의 격차는 이보다 훨씬 크다. 문명의 격차라고 할 수준이다. 평양에 다녀온 사람들이 마치 북한이 현대화 된 것처럼 말하지만 그것은 일부 도시에 불과하다.

한국의 민주주의나 세계화 수준은 선진국 못지 않지만 북한 주민들은 아예 이러한 경험이 없다. 평양과 서울의 시민이 만나면 처음에는 반갑다고 하겠지만 한두 시간이 지나면 큰 벽을 느낄 것이다. 만약 독일처럼 일시에 장벽이 무너지고 두 도시 사람이 공존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가슴이 아련해진다. 소수 탈북민이 한국에 와서 적응하는 것과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남한은 수치상으로 봐도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돌파했다. 반대로 북한은 우리나라의 40~50분의 1 수준이다. 이런 격차는 선진국과 최빈국 사회에 발생한다. 선진국과 최빈국 국민을 갑자기 합쳐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장벽 붕괴의 열광이 얼마나 지속될까?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남북한 위정자들이 정치적 이익을 떠나 남북한 통합 과정을 시간을 두고 잘 관리하면서 북한 지역의 빠른 성장을 돕는다면 한반도의 통일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 국민들도 서로를 배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면 한반도에서 순조로운 통일도 가능하리라는 믿음을 가져 본다.

탈북민들이 해외에 있는 북한 대사관을 보면 긴장과 연민을 동시에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북한 대사관에서 기자에게 지난 40여 년간 익숙했던 몇 가지 상징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더불어 최근 스페인 대사관 습격 사건이 떠올랐고, 해외에서도 통제된 삶을 사는 북한 외교관들의 처지가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도 컸다.  

늦은 오후시간에는 베를린의 상징이기도 한 TV 송수신탑과 알렉산더 광장의 만국시계, 베를린돔, 유대인 기념비, 포츠담광장 주변에서는 한국식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통일정’을 둘러봤다. 만국시계를 보면서 세계가 서로 다른 시간 각각의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살아가고, 남북한도 아직은 자신들만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