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중 국경 지역인 평안북도 신의주 인근에서 여러 척의 북한 선박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북한 당국의 조업 통제로 발이 묶여있던 선박들이 다시 운항을 재개하고 나선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지난달 26일 신의주에서 조선(북한) 선박들이 바다로 출항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코로나 때문에 조선 당국이 어업 활동을 못 하게 했는데 6월 말에 이례적으로 금지 조치가 해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의주 일대에서 어선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북한 무역회사들이 외화벌이를 위해 고기잡이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현재 북한의 무역회사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계획분을 채워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중국의 불법 조업 어선들이 북한 해역에 몰려들어 물고기를 싹쓸이해가다시피 해 고기잡이에 뛰어든 무역회사들이 수산물 외화벌이로 수익을 남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지금 물고기를 잡는 철이 아닌데도 무조건적으로 잡아들이라고 (지시가) 떨어졌다고 한다”며 “그러나 이미 중국 어선들이 몰려와 물고기를 싹 잡아갔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지난 5월 평안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해역에 들어와 불법으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이 많아지면서 북한 경비정들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소식통은 불법으로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이 늘어난 것은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자국 어선들의 조업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북한 선박의 어업 활동이 1/3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수산 자원이 늘어나자 이를 노린 중국 어선들이 그 틈에 몰려들어 어장을 싹쓸이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관련기사 보기: 中어선, ‘코로나 사태’ 노린다…조업 통제에 北어장 싹쓸이)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괜히 바다에 기름만 버린다는 불만 섞인 반응과 함께 외화벌이 계획분을 채우려면 남조선(한국) 바다(서해)까지 가야 할 판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조선 무역회사들은 물고기만 잡는 게 아니라 몰래 돈 되는 밀수도 하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요새 보위부의 검열이 심해 어떻게 단속을 피해 밀수를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북한 어선들은 한밤중 공해상에서 중국 어선과 접선해 잡은 수산물을 몰래 넘겨주는 방식으로 밀수를 해오고 있는데, 최근 코로나19의 역외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라는 북한 당국의 지시로 국경 지역에서의 밀수 단속과 통제가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앞서 본보는 북한 당국이 압록강 일대를 운항하는 모든 선박에 무조건 보위부 인원을 동승시켜야 한다는 지시를 내리는 등 국경 지역의 밀수 통제를 강화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보기: “全선박에 보위부원 동승해야”…국경지역 또 밀수 통제 조치)
특히 이달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14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가보위성이 국경 지역에서 이뤄지는 밀수 등 불법행위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는 전언이다.(▶관련기사 보기: “김여정, 당 핵심 정치국 위원에 발탁”…2인자 지위 굳히나)
다만 소식통은 “상황이 이렇다 하더라도 조만간 조선에서 잡힌 수산물들이 중국 단둥(丹東)이나 인근 도시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