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청진에서 달러 장사꾼으로 활동해오던 한 주민이 보위성의 끈질긴 감시를 받아오다 결국 현장을 들켜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주민이 북한에서 특권층으로 여겨지는 11과 대상인 데다 이번 사건에 연락소도 개입돼 있어 보위성과의 기싸움도 펼쳐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달 3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청진에서 전문적인 딸라(달러) 장사꾼으로 활동하던 50대 초반 황 씨가 보위부의 잠복 감시를 받다 현행범으로 들통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붙잡힌 황 씨는 대남공작을 담당하는 연락소 전투원 출신 11과 대상의 아내로, 북한 당국이 불법 행위로 여기는 개인 간 외화거래를 전문적으로 해오면서도 기세등등하게 활동해 보위성의 미움을 받아왔다.
통상 북한의 달러 장사꾼들은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으려 보위성에 뒷돈을 찔러주는데, 황 씨는 11과 대상이라는 지위를 내세워 기세를 부리면서 보위성을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자신들을 무시하며 건방지게 행동하는 황 씨를 아니꼽게 본 보위성은 3년 이상 지속해서 그를 감시해오면서 건수를 잡아 세게 한 번 때리기 위한 기회를 보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보위원이나 내부 정보원을 달러를 바꾸러 온 일반 주민인 것처럼 꾸며 황 씨의 집으로 보내는 등 여러 차례 범죄 현장을 적발하려고 시도했으나, 황 씨가 먼저 눈치채고 대응하지 않자 더욱 악에 받쳐 그를 붙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러다 이달 초 황 씨와 장기간 거래를 해오던 청진연락소의 한 부원과 청진항의 무역일꾼이 가방을 들고 황 씨의 집으로 들어가던 것을 잠복해 있던 보위원들이 포착하고 순식간에 집에 들이닥쳐 현장을 덮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집에서는 옷장 속에 감춰두고 있던 달러와 북한돈 배낭 2개가 발견됐는데, 보위원들은 이를 두고 ‘남조선(한국) 안기부(국정원)의 검은 돈이 아니냐’, ‘돈 장사나 하는 주제에 보위부를 우습게 본다’, ‘오만하다’는 등 악담을 퍼부으며 황 씨를 체포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연락소와 보위성 간 기싸움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연락소는 황 씨의 남편이 정부가 아끼는 11과 대상이라 함부로 다룰 수도 없다는 데 힘을 실으면서 보위부의 행태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고 권력으로 제압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보위성은 ‘11과 대상이라고 당의 방침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해도 되느냐’면서 법적 처벌을 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보위성도 11과 대상을 함부로 다룰 수 없으니 어찌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보위부는 현행범으로 황 씨를 체포하긴 했지만, 이 싸움에서 조금 밀리고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있어 더욱 발악하고 나섰다”며 “이에 주민들은 괜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 아니냐’며 마음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