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김씨는 왜 두만강에 쌀과 옷을 집어던졌나?

▲ 중국에서 바라본 남양세관 ⓒ데일리NK

최근 북한에 있는 친척들을 도와주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는 조선족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28일 투먼(圖門)세관을 거쳐 북한의 남양세관(함북 온성군 남양노동자구 소재)에 간 중국 동포 김일수(가명·48세)씨는 2일 데일리NK와의 전화통화에서 너무 격분한 나머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는 옌지(延吉)에서 동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평범한 중국동포다. 그는 북한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삼촌의 편지를 받고 살림에 보탬이 될만한 물품을 어렵게 장만하여 남양세관에 갔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는 남양세관에서 ‘죄인 취급’을 받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가지고 간 물품은 쌀과 의약품, 겨울용 의류, 신발, 식용유, 설탕, 꿀, 타올, 양초를 비롯한 가정용품이 전부였다. 북한당국이 경계하는 CD, 비디오 영상물을 비롯한 전자제품도 없었다.

김씨는 “남양세관에서 세관원들이 거친 언어로 명령하며 몸 검사를 했다”며 “물건을 왈칵 뒤집어 쏟아놓고 2시간 이상 뒤졌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죄짓고 들어온 사람 심문하듯이 친척관계와 방문목적, 가족관계를 따지며, 때로는 거짓말 하지 말라며 위협까지 했다”며 “친척을 만나러 가는 동포들이 무슨 간첩이라도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삼촌이 몸이 불편하여 사촌동생(삼촌의 아들)이 세관으로 왔으나 직계가족이 아니라고 면회도 시켜주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가지고 간 물품이라도 사촌동생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그것도 허락해주지 않아 할 수 없이 되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돌아오면서 두 번 다시 두만강을 건너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며 “교두(북중 국경다리)를 건너면서 북조선 놈들 욕하면서 갖고간 물건들을 강물에다 마구 집어 던져 버렸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세관을 통한 친척면회는 사촌, 6촌 정도라면 별 문제 없이 허락해 주었다. 문제는 각 세관에서 내부 사정에 따라 규정에도 없는 제한조치에 걸리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세관원들의 부패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중국 동포들이 친척을 만나러 갈 경우 세관원들에게 줄 뇌물은 반드시 따로 준비하기 마련이다. 김씨도 담배, 맥주 등등을 준비해간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세관 내부에서 누군가 부패문제로 해임된 사건이 있다든가, 세관원들끼리의 알력 때문에 뚜렷한 이유도 없이 친척 면회조차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김씨도 그런 경우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단속에 걸리면 피해는 북한쪽 친척이 받는다. 살기도 빠듯한데, 기대했던 돈과 물품을 받지 못한 실망감은 너무나 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간 중국친척이 다시는 도와줄 엄두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번이라도 만나면 북한사정을 알게 되고 또 사정을 알면 더 도와주려고 하지만, 북한 세관원들의 처사에 한번 격분을 느끼게 되면 그 다음에는 절대 북한으로 가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요즘 북한에 있는 친척에게 도움을 주려고 가는 조선족들의 수도 점점 줄어 들고 있다. 북한세관의 횡포에 질려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북한주민들 사이에는 친척 등 수백 만명의 중국 연고자들이 있다. 90년대 중반 식량난 시기 이들은 중국친척들의 도움을 적지 않게 받았다. 그러나 요즘 세관원들의 횡포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김씨는 “이유야 어떻든 살기 어려워 도와주려고 간 사람들을 죄인 취급하는 나라는 이 세상에 북조선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북조선이라면 왜 머리를 흔드는지 이유를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