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의 문을 열어둔다는 ‘투트랙 전략’을 확인하면서 이에 북한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유인책’이 없었던 만큼 북한은 당분간 지금의 긴장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양국 정상이 한반도 정세 전환을 위한 새로운 대북 메시지보다 ‘선(先) 북한변화론’에 강조했기 때문이다.
특히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채택하는 등 한층 업그레이드 된 한미동맹을 확인했다. 또한 북한의 도발에는 대가가 뒤따른다는 점을 강조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골간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지지하면서 양국이 확실한 공조를 통해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책임있는 일원으로 변화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위기를 만들어 내고 양보를 얻는 때는 이제 끝났다”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 시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반응과 엇비슷한 수준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2009년에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북핵문제 일괄 타결을 위한 ‘그렌드 바겐’을 제시하자 “비핵개방 3000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고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며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에 대해서는 양립할 수 없는 ‘불가능한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이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으로 여길 가능성도 높다.
‘톤 다운’ 차원에서 군부가 아닌 대남 창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나 대남선전 매체를 통해 ‘괴뢰패당’이나 ‘미국의 꼭두각시’ 같은 식의 비난에 멈출 수도 있다.
3월 초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앞세운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무기 타격 위협’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던 것처럼 군부를 내세워 도발적이고 위협적인 언사를 통해 한반도 안보 위기 지수를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긴장 상태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고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만큼 북한이 새롭게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 당분간 현 정세를 유지하면서 한국과 미국에 대한 탐색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미국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지지한 것은 미북대화 전에 남북대화를 하라는 것을 의미한 것으로 미북대화를 원하고 있던 북한이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이번 정상회담으로) 미국에 접근하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북한은 판단했을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한국과 먼저 대화를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고민 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가 특별한 것이 없는 만큼 긍정적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