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 北 노동자, 또 중노동에 시달려… “이번엔 동복 제작에 투입”

중국 랴오닝성 의류공장 북한노동자
중국 랴오닝성 A의류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소식통 제공.

최근 겨울 의류 제작 수주(受注)가 크게 늘어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밤샘 근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내 의류공장들이 왕성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대부분 겨울옷을 제작하고 있는데 제작 물량이 많아 이곳에서 일하는 조선(북한) 노동자들이 거의 밤을 새서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보통 새벽 4~6시에 출근해 밤 10~11시까지 16시간 넘게 일하고 있다”면서 “다만 공장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상당수가 충분한 수면시간을 보장받을 수 없을 정도로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이야기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초과 근무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크고 작업 중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이 업무상 재해를 당할 우려가 높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식통은 “조선 노동자들 대부분이 젊은 20대라서 많은 작업량에도 버티고 있다”면서 “아직 큰 사고나 쓰러진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방호복 생산 수요가 폭증할 때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은 착취공장(Sweatshop) 수준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 바 있다. 당시 북한 노동자들은 코피를 쏟거나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관련기사 : 中서 방호복 생산작업 투입 北노동자 포착…하루 18시간 중노동)

이 같은 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발생한 적자를 메꾸기 위해 업주들이 무리하게 수주를 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런 강행군을 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겨울 의류 제작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면서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폐업하다시피 한 의류 공장들이 그동안의 적자를 메꾸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하는 것이 더 큰 이유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 공장들은 앞으로 2개월 정도 더 겨울옷을 만들 만큼 외국에서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제작된 겨울의류 중에 한국에 들어가는 옷들도 많고 그중에는 꽤 유명한 의류 브랜드 제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중 북한 노동자들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배경에는 외화벌이 목표를 달성하려는 관리자들의 입김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 무역 일꾼들은 분기별 또는 연간 외화벌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다만 코로나19로 공장과 식당 등이 영업을 못 해 실적 압박을 받아왔다. 겨울용 의류 제작 수요 폭발은 무역일꾼들에게는 상납금을 맞추기 좋은 기회인 셈이다.

현재 조선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2,500위안(한화 약 42만 원) 정도다”며 “야근이 많아졌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더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보통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한달 평균 2,000~3,000위안 정도를 받고 있으며 그 중 절반은 당(黨)에 납부하고 있다.

또한, 돈을 벌기 위해 해외로 파견됐음에도 그동안 일거리가 부족했던 노동자도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얼마 남지 않는 기회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으로 귀환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장시간 근로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소식통은 “지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재계약 없이 본국에 귀국할 것이다”면서 “다음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금 인상 협상이 이뤄질 예정이다”고 전했다.

다만, 새로운 인력이 중국으로 오는 시기는 아직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금지하고 지난해 12월 22일까지 회원국 내에서 일하는 모든 북한 국적자와 이들을 감시하는 관계자들을 송환하도록 했다. 이에 중국 내에서 일하는 모든 북한 노동자들은 대북 제재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