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北은 상습 범법자…유엔 회원국 자격 재고해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인 22일(현지시간) 제7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반(反)인도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책임 규명을 촉구하고,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에게 유엔 회원국 자격을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윤 장관은 “북한의 5차 핵실험은 북한이 명백한 ‘핵 야욕’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한 주민들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수십 년 만에 닥친 최악의 홍수 와중에도 북한은 최대 피해지역에서 핵실험을 강행했다. 금년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탕진한 2억불은 홍수 피해 구호에 사용될 수 있었던 충분한 액수”라고 규탄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큰 ‘책임성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더 이상 북한인권 침해에 대해 불처벌(No impunity)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면서 “북한 지도자가 북한 주민에 대한 보호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북한인권 개선 방안으로 ▲북한인권 책임규명 메커니즘 강화▲북한 해외파견 노동자 인권 실태 조사▲외부 정보 접촉 허용 등을 제시했다. 윤 장관은 “우선 국제사회의 인권 메커니즘은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북한 인권침해에 관한 책임규명 독립전문가그룹은 북한 내 인권침해, 특히 인도에 반하는 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하는 인권침해 관련 책임규명을 위한 실질적인 메커니즘을 권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 “북한 당국에 의한 해외 강제노동 문제에 관심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해외 북한근로자의 인권 및 북한근로자 임금의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전용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국제사회는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간존엄을 향한 갈망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그들은 바깥세상의 현실에 더 많이 접근할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국내서 제정된 북한인권법을 언급하면서 “이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처럼 윤 장관이 기조연설서 북한인권 개선의 필요성을 적극 부각한 데는 유엔 차원의 북한인권 논의를 진전시키고 촉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유엔은 2014년 69차 총회와 2015년 70차 총회를 통해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해오고 있다. 안보리도 지난 두 차례의 총회에서 북한인권 상황을 공식 의제로 두고 논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윤 장관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 지난 10년 간 총 다섯 차례의 핵실험과 수십 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음을 강조하면서, 북한에게 유엔 회원국 자격이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장관은 “북한의 계속되는 안보리 결의와 국제 규범 위반 및 불이행 행태는 유엔 70년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면서 “이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와 유엔 자체의 권능을 철저히 조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습적 범법자인 북한이 유엔 헌장상의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서약, 특히 안보리 결정을 수락하고 이행하겠다는 서약을 준수하지 않고 있음이 명백하다”면서 “따라서 많은 국가들이 이미 의문을 제기하고 있듯이 북한이 평화 애호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를 심각하게 재고해 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윤 장관은 뉴욕 방문 중 진행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앞서 오준 주유엔대사가 지난 1월 15일(현지시간) ‘유엔 헌장의 원칙과 목표에 대한 존중’을 주제로 열린 공개 토의에서 “유엔 가입 때의 의무를 위반한 북한의 회원국 자격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는 등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은 있으나, 윤 장관이 직접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장관은 또 “북한의 최근 핵실험들은 북한 핵 프로그램이 임계점(tipping point)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방증한다”면서 “가장 최근의 핵실험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것이었다. 북한의 예측 불가성과 도발적 성향을 고려할 때, 북한의 다음 핵도발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북한이 핵 및 미사일 능력을 진전시키는 동시에 그러한 무기의 실제 사용을 공공연하게 협박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면서 “생존에 대한 직접적인 실존적 위협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방어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제무대에서도 자주 언급된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재확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라) 안보리는 결의 2270호를 뛰어넘는 보다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면서 “결의 2270호의 빈틈을 막고, 기존 제재 조치를 더욱 확대·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가) 합리적 기간 안에 추가 결의안이 채택될 것으로 본다”면서 4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 결의까지 소요된 57일 보다는 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안보리 결의 2270호로) 자금원 차단에 있어 상당한 효과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해외에 있는 북한 외교관이나 무역 관계자, 노동자 등 어떤 형태로든 돈을 송금해야 하는 북한 인사들이 안보리 제재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미국 행정부에서 상당히 강한 추가 조치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국의 대북 독자 제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미 행정부는 북한이 5차 핵실험까지 한 상황에서 대화를 운운하는 것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이라고 분명히 보고 있다”면서 대화 성사 가능성을 낮게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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